37분 40초간 떠나는 여름 휴가!
고온다습에 집중호우 그리고 태풍까지, 변덕 다분한 날씨 탓에 한국 여름은 절대 만만치 않다. ‘겨터파크’, ‘대프리카’ 등 기후와 관련된 재밌는 별칭이 생기거나 아예 1년 전부터 피서 계획을 세울 정도니 관심이 남다르다. 해가 갈수록 점점 가혹하고 살벌해지는 더위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주는 전통적인 승부수는 휴가다. 여기에 여정과 함께할 음악을 떠올리면 그 설렘은 배가 된다. 캘빈 해리스가 겨울부터 순차적으로 싱글을 공개하며 최종적으로 여름 초입에 새 앨범을 발매한 건 치밀한 계획이 동반되는 여름 휴가와 닮아있다.
추측에 대한 단서는 첨병인 선 공개 싱글들에 담겨있다. 2017년에 10개의 싱글을 발매할 계획과 함께 유명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예고했던 그는 ‘Slide’를 시작으로 ‘Heartstroke’, ‘Rollin’, ‘Feels’를 통해 스타일의 변화를 선언했다. 전작 < 18 Months >나 < Motion >에서 줄곧 해오던 강렬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눈곱만치도 찾아 볼 수 없는 그루브 가득한 디스코 팝으로 듣는 이들의 귀를 의심하게 했다. 직접 코러스를 담당했던 ‘Feel so close’나 ‘Summer’와 달리 복고풍 선율과 캐치한 멜로디에 그동안 보여줬던 개성을 철저하게 숨기며 소극적 태도를 보인다.
커리어와 함께 쌓아 올린 유명세는 모두 이번 작에 쏟아붓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될 만큼 그의 EDM 씬 내 위상에 걸맞는 초호화 참여 진이 함께했다. 슈퍼스타들은 걸출한 기량을 바탕으로 적재적소에 배치돼 곳곳에서 활약한다. 아이바네즈(Ibanez) 사의 베이스 위에 올라탄 퓨쳐(Future), 칼리드(Khaled) 듀오는 ‘Rollin’에서 무결점 호흡을 자랑한다. 프런트에서 한걸음 물러나 제작에 온전히 집중하며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였고 자신이 만든 비트가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을 극한으로 끌어냈다.
4개의 싱글을 하나의 앨범으로 엮는데 있어 나머지 수록곡들의 역할이 지대하다. 싱글이 가진 강렬하지만 단발적인 에너지를 응집하며 무드를 유지한다. 같은 분위기 속에서 자칫 나른해질 수 있는 포인트를 BPM의 변화를 통해 적당히 따돌리며 다채로운 감각을 선사한다. 댄스홀에 녹아든 니키 미나즈의 능숙한 래핑은 피치 조절을 통해 트랙을 수차례 쥐락펴락 한다. 마지막 자리한 ‘Hard to love’는 한낮의 열기가 완전히 가라앉은 깊은 밤을 떠오르게 하며 대미를 장식한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놀란 사람이 한 둘이 아닐 것이다. 귀를 기울이면 모두가 좋아하는 여름 그 맛을 고루 갖췄다. EDM 계의 첨단인 그가 돌연 < Random Access Memories >와 궤를 함께하는 작품을 들고 나오리라곤 예측할 수 없었다. 다프트 펑크의 작업보다는 다소 성긴 모습이지만 빈자리를 대중성과 기가 막힌 계절감으로 메웠다. 그간 선보이던 모습과는 달리 새로운 행보를 걷는 도전이 보기 좋게 들어맞으며 트렌드의 변화를 주도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수록곡-
1. Slide (Feat. Frank Ocean & Migos) [추천]
2. Cash Out (Feat. ScHoolboy Q, PARTYNEXTDOOR & D.R.A.M.)
3. Heatstroke (Feat. Young Thug, Pharrell Williams & Ariana Grande)
4. Rollin (Feat. Future & Khalid) [추천]
5. Prayers Up (Feat. Travis Scott & A-Trak)
6. Holiday (Feat. Snoop Dogg, John Legend & Takeoff)
7. Skrt On Me (Feat. Nicki Minaj) [추천]
8. Feels (Feat. Pharrell Williams, Katy Perry & Big Sean) [추천]
9. Faking It (Feat. Kehlani & Lil Yachty)
10. Hard to Love (Feat. Jessie Reyez)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