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 Life Story>는 다분히 혁혁한 전과를 거둔 <Made In Korea>를 의식하고 만든 음반이다. 그 의도는 앨범 곳곳에서 읽힌다. 작품의 테마인 '도시의 삶'은 부패한 권력, 질곡의 근. 현대사를 관통했던 전작의 축소판이라 보아도 무방하다. 거대 담론에서 미시 담론으로. 밴드의 관심사만이 통사(通史)에서 사료분석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밴드는 밝고 화사한 면만을 애써 찾아내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면에 숨겨진 어둡고 소외된 이들을 바라보려 한다. 하지만 블랙홀의 시선은 섣부른 긍정이나 부정의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는다. 그들은 그냥 그렇게 존재하는 이들일 뿐이며 밴드는 그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그 구체적 예시는 폭주족의 입장을 솔직히 대변한 '바람을 타고', 현대 자본주의가 낳은 또 하나의 희생자 앵벌이를 말하는 '앵벌들의 합창', 제도권 사회에서 멀어져 가는 밤거리 소녀들을 다룬 '낙원 탈출'에 잘 나타나 있다.
팬들의 앨범에 대한 평은 엇갈리지만 단편적인 사랑 타령 위주의 록 밴드와 분명히 단절선을 긋는 자신들의 영역을 확고히 했다는 점에서 이 음반은 충분한 의의를 지닌다. 그러나 너무 많은 것을 한 앨범 내에 녹여 내려는 과욕이 문제였다. 전작의 범주를 넘어서는 '어떤 것'을 창출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멤버들을 조금은 괴롭힌 듯한 음반이다. 그래서 스래시 메탈, 멜로딕 메탈, 프로그레시브 메탈 등 다양한 장르가 공존하는 이 앨범은 성공의 맥을 잇지 못한 채 범작으로 남았다. 노래에 얽힌 자신들의 사연이 담겨 있는 한대수의 명곡 '물좀 주소' 리메이크 버전은 앨범 자체와는 별개로 즐길 수 있는 멋진 추억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