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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ven Signs
블랙홀
2000

by 이경준

2001.10.01

어느 덧 데뷔 10년을 훌쩍 넘겨 버린 헤비메탈 밴드 블랙홀의 통산 일곱 번째 음반. 발라드, 스래시, 멜로딕 메탈이 균등분할로 등기된 이 앨범에서 밴드는 그 동안 다져온 내공과 연륜을 마음껏 펼쳐 보인다. 이제 중견 그룹이 되어버린 이들이 찾아낸 키워드는 다름 아닌 '균형'이다.

작품 내에는 내달림과 휴식이 함께 거하며 한결 여유가 풍기는 이들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분출하는 역동성이 강조된 곡도 지나침이 없으며 차분한 발라드도 어깨의 힘이 많이 빠져 있는 인상을 준다. 절제하고 아꼈기 때문이다. 넘쳐나는 악상을 컨트롤할 수 있는 힘 또한 아티스트로 가기 위한 뮤지션의 통과의례라고 보면, 블랙홀은 이제서야 그 능력을 발견한 듯 보인다. 호흡이 예전보다 간결해졌으며 흐름이 어느 때보다도 매끄럽다. 그것은 발라드 '어둠속의 빛', '생명의 서' 뿐만 아니라 'Big brother', '거지에서 황제까지'와 같은 파워풀한 곡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사항이다. 강박관념과 의무감의 압박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유로움을 찾으려는 밴드의 의중이 어느 때 보다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이경준(zakkrand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