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은 모든 것을 변화시키려는 세월의 흐름에 대항하는 관록의 메탈 밴드다. '누가 지금 헤비메탈을 듣겠는가?'라는 자조 섞인 물음이 음악 팬들 사이에 나도는 현실 속에서도 이들은 꾸준히 앨범 발표와 콘서트 활동을 병행하며 초지일관하고 있다.
UFO 등 브리티시 헤비메탈에 푹 빠져있던 귀여운 인상의 소년 주상균이 고등학교 재학시절 결성한 밴드는 어느 덧 16년의 역사를 갖게 됐다. 지금껏 내놓은 스튜디오 음반만 해도 총 일곱 장. 이들은 동료들이 무관심과 판매 부진 속에서 활동을 접는 순간에도 변함 없는 모습으로 마니아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왔다. 이들은 공연뿐만 아니라 '립싱크 반대운동'을 대대적으로 펴는 등 가요계 정화작업에도 힘써 온 진지한 음악인들이다.
이번에 발표된 시디 두 장 짜리 라이브 음반 <Live Of Live>는 2001년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열렸던 '블랙홀 문화혁명 전국 투어 콘서트'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구상되었다. 동시에 블랙홀의 음악을 사랑해주는 사람들에 대한 감사의 의미도 지니고 있다. 재킷 속지에 빼곡하게 적힌 팬들의 이름이 말해준다.
<Live Of Live>의 특색이라면 한 곡 한 곡이 전부 다른 지역에서 행해졌다는 데 있다. 말하자면 전국투어에서 행해진 공연들의 베스트를 집대성했다고나 할까. 곡들은 서로 다른 장소, 다른 관객 속에 연주되었지만, 가장 뜨거운 순간을 포착해냈기에 실황 앨범의 역동성이 잘 드러나 있다. 정규 음반에서는 보기 어려운 현란한 개인기와 다채로운 변주까지 곁들여지니, 음반의 매력은 배가된다.
현장의 열기를 고스란히 전달하려 한 듯, 발라드는 '깊은 밤의 서정곡' 단 하나뿐이다. 중간에 흐르는 드러머 김응윤의 멘트처럼, '함께 재밌게 놀 수 있는' 스피디하고 파워풀한 곡들이 위주가 되고 있다. '바람을 타고', '거지에서 황제까지', '천지창조' 그리고 이들의 단골 리메이크 곡들인 'Highway star', 'I want to break free', 'Knockin' on heaven's door'등 성찬은 풍부하지만, 곡들이 곡들인 만큼 숨가쁠 정도로 빠르게 진행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녹두꽃 필 때에, '내곁에 네아픔이', '평양으로 보낸 love letter', '잠들지 않는 그리움' 등 이들의 골든 레퍼토리가 누락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빠진 곡들의 부피가 너무 커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블랙홀은 트랙 리스트에 좌우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멤버들의 컨디션은 최상이며, 관중들의 피드백 또한 뜨겁다.
아직 블랙홀의 음악을 많이 접해 보지 못했다면, 정규 음반 이상으로 이 앨범을 권하는 바다. 이들이 왜 라이브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하는지를 알 수 있다. 이 앨범이 증명하듯 블랙홀은 진정 '라이브 그룹'임에 틀림이 없다.
-수록곡-
CD 1
1. 바람을 타고
2. Highway star
3. Nightmare (Guitar Solo)
4. 카오스의 아이들 (Bass Solo)
5. 대한민국
We're the champion
Bohemian Rhapsody
6. 생명의 서
7. I want to break free
8. Outro
CD 2
1. 서곡
2. 끝과 시작
3. Knockin' on heaven's door
4. 물 좀 주소
5. 야간 비행 (Drum Solo)
6. 거지에서 황제까지
7. 천지 창조
8. 깊은 밤의 서정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