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P에서 파격적인 신인 아이돌이 나왔다. 연약하고 수동적인 여성상은 온데간데없이 총과 수류탄, 체인을 들고 폐차장 위에서 춤을 추면서 ‘사랑 따위에 목매지 않아, 세상엔 재밌는 게 더 많아’라고 소리치다니. 아무래도 요즘 걸크러시 콘셉트로 한창 잘 나가는 모 그룹이 신경 쓰였나 보다.
‘달라달라’는 래칫 스타일에 댄스 비트를 차용해 YG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전자음으로 대표되는 레드벨벳과 에프엑스의 개성이 묻어 나온다. 굳이 JYP 스타일을 꼽자면 미스 에이의 ‘남자 없이 잘 살아’처럼 결국 비난의 화살이 같은 여성에게로 향하는 구식 ‘나는 달라’ 서사와 ‘갑분뽕(갑자기 분위기 뽕)’ 후렴뿐이다.
메간 트레이너의 ‘Me too’와 ‘달라달라’의 유사성을 차치하고서라도 있지(ITZY)는 있지 만의 ‘무엇’이 없다. 대놓고 경쟁 구도를 유도하는 기획, 방탄소년단이 흩뿌려놓은 자기애적 메시지, JYP가 아닌 다른 특정 기획사 스타일의 외모를 가진 멤버들 등 경쟁사에서 취할 수 있는 장점은 죄다 모아뒀음에도 그 시너지가 미약하다.
메인 보컬 리아의 음색과 맞지 않는 음악 스타일, 예지와 채령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라이브 무대, 타 아이돌 그룹이 떠오르는 콘셉트와 뮤직비디오 연출이 커다란 흠이다. 멤버 개개인의 역량과 매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유명세만을 노린 기획 탓에 실력이 출중한 원석을 모아놓고도 그 합이 도리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달라달라’ 이후의 있지가 그려지지 않는다. 갓 데뷔한 아이돌에게 가혹한 말일지는 모르나, 이들이 다른 누구의 대체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남들의 시선’을 좇는 대신 ‘있지’만을 위한 기획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