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P 출신 걸그룹의 핵심은 스타성이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특장점을 파악하고 뽐낼 줄 아는 엔터테이너적 면모를 우선시한다. 있지 또한 사랑에 목매지 않던 ‘달라달라’부터 다채로운 사운드의 ‘Not shy’까지 당돌함이라는 무기를 앞세워 주체적인 MZ세대의 그룹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정해진 연출을 수동적으로 따라야 하는 < Guess Who >는 다섯 소녀의 생동감을 제어한다.
추리극의 시작부터 2년에 걸쳐 정립한 메시지를 흐린다. 소속사 선배 그룹 투피엠의 ‘하.니.뿐.’의 작명이 떠오르는 ‘마.피.아. in the morning’은 긴장감을 더하는 사이렌과 808 베이스 위에서 난해한 가사로 사랑의 주문을 건다. 2000년대 후반에 유행했던 후크송 작법으로 중독을 노리지만 ‘ICY’처럼 그루브 넘치는 리듬 전개나 ‘Wannabe’같이 격렬한 댄스 브레이크가 없다. 메인 보컬 리아의 음색이 낮은 음역대에 조화롭게 스며들면서도 나머지 멤버들의 랩과 대비를 이루지 못하며 반전을 조성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손으로 총을 만들어 쏘는 동작은 블랙핑크의 ‘뚜두뚜두’나 ‘Kill this love’가 겹치고 검은 가죽과 스판 재질의 의상에선 에이오에이의 ‘사뿐사뿐’이나 에버글로우의 ‘La di da’의 잔상이 머무른다. 냉혹하게 그려져야 할 범죄조직 세계를 카리스마 있는 여전사나 캣우먼같이 식상한 설정으로 표현한 것. 개성으로 똘똘 뭉친 대형 기획사의 창작물이라고 하기엔 안일하고 나태한 결과물이다.
그나마 틀에 얽매이지 않은 곡들이 전작의 기조를 이어간다. 기타 리프와 박수가 어우러진 ‘Wild wild west’는 가까이하기엔 위험한 선인장에 빗대어 노래하며 자유분방했던 < Not Shy >의 연장선에 선다. 트렌디한 ‘Shoot!’은 플루트 소리와 공간감으로 맛을 살린 코러스가 몽환적인 무드를 형성하지만 힙합 비트의 ‘Kidding me’는 후렴 부분의 드롭과 박자를 잘게 쪼개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후반부가 블랙핑크의 ‘How you like that’과 닮아 있다.
태생부터 ‘달라달라’를 외쳤지만 그 주장에 합당한 근거를 제시한 적은 드물다. 그럼에도 팀의 성장을 이끈 원동력은 개개인의 역량을 뛰어넘는 패기와 열정이었고 뻔뻔한 듯 당당한 태도가 그들의 진정한 매력이다. ‘Wannabe’의 노랫말처럼 굳이 뭔가 될 필요는 없다. 정체성까지 흔들리며 콘셉트에 사로잡혀 있기엔 시간이 많아 보이지 않는다.
-수록곡-
1. 마.피.아. in the morning
2. Sorry not sorry
3. Kidding me
4. Wild wild west [추천]
5. Shoot! [추천]
6. Tennis (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