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결의 팝 록을 소구력 있게 풀어낸 < Sunrise >와 < Moonrise > 시리즈로 데이식스는 밴드 체제가 결국 유의미한 선택이었음을 증명했다. 멤버 개개인이 악기를 다룰 줄 안다는 자유도에 기반한 ‘안정적 밴드 사운드’와 세 개의 기타로 얻어낸 ‘명확한 멜로디 라인’. 이는 밴드 아이돌이라는 양면적 입지에서 록의 개성과 팝의 대중성을 모두 끌어낸 영리한 접근법이었다.
중요한 건 그럼에도 이들이 계속해서 보인, 스스로 정립한 공식에 안주하지 않으려는 탈노선의 행보다. 앞서 발매된 ‘What can I do(좋은걸 뭐 어떡해)’의 퍼지 톤 도입부나, ‘Shoot me’의 독특한 구성, 그리고 보코더와 신시사이저를 사용한 ‘포장’과 ‘Best part’ 등이 그 흔적인데, 물론 이러한 실험들이 크게 주목되지 않은 데는 ‘중력’처럼 깊게 자리 잡은 밴드의 청춘 이미지가 탈선을 막는 방어 기제로 작용한 이유다. 그렇기에 < The Book of Us : Entropy >의 존재는 더욱 두드러진다. 이름에서부터 직접 일컫는 반항적 성질 ‘엔트로피’. 한 마디로, 이 작품은 본격적인 일탈의 기록이다.
저음의 베이스와 디스토션이 가미된 피킹으로 시작하는 팝 메탈 ‘Deep in love’와 마이 케미컬 로맨스(My Chemical Romance)의 ‘Dead!’가 연상되는 네오펑크 'Sweet chaos'부터 강렬함을 피력한다. 이들은 신시사이저로 잔뜩 풀을 먹인 'Emergency'로 갑작스레 팝 사운드를 배치하기도, ‘Rescue me’로는 다시 묵직한 헤비메탈을 가져오기도 한다. 어지럽게 뒤섞인 무질서적 트랙 배치와 기조 변화는 분명 사랑으로부터 야기된 ‘혼란’의 정서를 대변하는 장치지만, 화려해진 드러밍과 현란해진 리프는 이를 넘어서는 변모의 의지를 내포한다.
격동의 과정이 끝나고 앨범은 주 장르인 팝 록으로 다시 회귀하지만, 격렬한 전반부에 비해 다소 무난할 수 있는 후반부를 위해 절충안을 삽입하는 방안으로 낙차의 충격을 완화한다. 교두보 역할을 하는 레게풍의 ‘365247’과 ‘아야야’ 등이 그렇다. 데이식스는 이 외에도 작품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친절함을 곳곳에 배치하는데, ‘Not fine(나빠)’나 ‘마치 흘러가는 바람처럼’ 같이 본래 스타일을 정확히 가져온 곡으로 기존 팬들이 즐길 거리를 마련하기도 한다.
데이식스는 콘셉트를 방패로 그간 꾸준히 지속해오던 형식적 문법에서 잠깐 벗어나 창작의 갈증을 해소하고, 환기의 시간을 가진 뒤, 안식처로 돌아옴으로써 짧은 여행을 마친다. 확실한 보험을 두고 펼친 모험이기에 큰 위험 부담도 없을뿐더러, 본인들이 가진 지도를 넓힘으로써 어느 방향으로도 뻗어 나갈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는다. 아이돌 밴드 그 이상의 영역을 노려온 데이식스, 그렇기에 분명 이 음반은 좋은 양분이 될 것이다.
-수록곡-
1. Deep in love [추천]
2. Sweet chaos [추천]
3. Emergency
4. Rescue me
5. 365247 [추천]
6. 지금쯤
7. 아야야
8. Not fine(나빠) [추천]
9. 막말
10. Not mine
11. 마치 흘러가는 바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