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조 개편과 팬데믹 시대, 그리고 군입대까지 더해져 위태로웠던 데이식스는 오히려 균열의 틈을 메워 더욱 굳건해졌다. ‘예뻤어’, ’좋아합니다‘,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등 기본에 충실한 밴드 사운드와 서정적인 가사, 밝은 정서라는 강점을 가진 그들의 음악은 공백기에도 꾸준히 인기를 이어갔다. 마침내 완전체로서 발매한 EP < Fourever >는 잠시 숨을 고를지언정 지쳐 쓰러질 일은 없다는 듯 그룹의 건재함과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첫인사는 기다려준 사람들에게 바치는 감사의 노래다. ’Welcome to the show’는 화려한 신시사이저와 강렬한 비트를 주력으로 한 밝은 에너지에 세레나데처럼 가슴 뭉클한 가사를 더한다. 후렴에는 확실한 떼창 포인트를 배치해 데이식스 스타일의 집약체이자 팬들에게 바치는 선물, 귀를 사로잡는 인트로 트랙 역할까지 확실하게 수행한다.
애틋한 사랑의 감정을 부드럽게 다루는 작법과 듣기 편한 멜로디도 여전히 살아 숨 쉰다. ’The power of love’는 통통 튀는 신시사이저를 주력으로 밸런스가 탄탄한 세션의 합을 선보이는 동안, 선명하고 편안한 멜로디가 그 위로 유려하게 흐른다. 단순히 곡 제목 뿐만 아니라 팝 밴드로서 가진 세련미의 고점을 들려준다는 점에서 휴이 루이스 앤 더 뉴스(Huey Lewis & The News)의 전성기가 연상될 정도다.
‘널 제외한 나의 뇌 (Get the hell out)’는 청량한 록 사운드와 부드러운 멜로디를 예쁘게 엮는다. 눈에 띄는 특징은 없지만, 그만큼 데이식스 음악의 중간점에 가깝다는 점에서 익숙하고 무난하게 즐기기 좋다. 발라드 트랙 ’사랑하게 해주라’와 ‘그게 너의 사랑인지 몰랐어’ 역시 마찬가지로 안전한 선에서 머물지만,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쌓인 밴드 자체의 서사 덕분인지 애절함이 더욱 깊게 느껴진다.
< Fourever >는 흔들리지 않는다. 데뷔 때부터 이어져 온 여러 시도와 탐구의 총체였던 ‘The book of us’ 시리즈를 기점으로 잡힌 아이덴티티를 압축적으로 담아냈다. 강렬함과 부드러움의 균형을 아름답게 맞춘 덕분에 심하게 튀거나 엇나가는 곡이 없어 감상도 편안하다. 정립된 사운드에서부터 느껴지는 본인들 스스로를 향한 확신과 자신감은 언제나 낭만적인 가사에도 더 깊은 감성을 부여한다. 전부를 바치겠다는 맹세에 꽤 강한 설득력이 느껴질 정도로, 데이식스의 디스코그래피는 점점 좋아지기만을 반복한다.
-수록곡-
1. Welcome to the show [추천]
2. Happy
3. The power of love [추천]
4. 널 제외한 나의 뇌 (Get the hell out)
5. 나만 슬픈 엔딩
6. 사랑하게 해주라 [추천]
7. 그게 너의 사랑인지 몰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