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곡 ‘Eleven’과 ‘Love dive’의 연이은 히트로 아이브는 공고한 브랜드를 형성했다. 두 싱글의 매력은 레트로, 걸크러시와 같은 현재 K팝의 주요 흐름에서 탈피한 참신함과 세련미. 강세를 보이는 수많은 신인 걸그룹 가운데서도 돋보이는 기획이었다. ‘After like’의 첫인상 역시 파격적이다. 곡 초반 4/4박자의 하우스 리듬은 글로리아 게이너의 디스코 명곡 'I will survive'를 샘플링한 코러스로 이어지고 쉴 틈 없이 펼쳐놓는 보컬과 랩은 나인뮤지스, 인피니트 등이 떠오르는 2010년대 초반 K팝에서 가져왔다.
그들만의 방식을 개진하던 이전과 달리 K팝 안팎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1990년대의 정취는 비욘세의 ‘Break my soul’, 드레이크의 < Honestly, Nevermind > 등이 주도한 하우스 음악 재부흥을 따른다. 또한 과거와 현대의 융합은 클래식과 K팝을 엮은 레드벨벳 'Feel my rhythm'의 방법론이다. 물론 걸그룹이 잘 취하지 않는 야성적이고 고압적인 태도의 가사, 그에서 느껴지는 자기애와 선명한 멜로디 등 고유한 정체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기세를 이어가기에는 충분하지만 단숨에 쌓아올린 아성에 미치지 못하는 일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