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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sch
아이브(IVE)
2023

by 박수진

2023.04.01

4월 10일 발매될 정규 음반 < I’ve IVE >의 선공개 싱글이다. 데뷔 이후 히트곡 ‘Eleven’, ‘Love dive’, ‘After like’의 당찬 가사와 ‘뽕삘’ 넘치는 사운드로 그룹 이미지를 각인했다면 신곡은 여기서 ‘뽕’을 뺐다. 밋밋하게 느껴질 만큼 단조로운 구성에 힙합을 근간으로 하여 강점이던 멜로디에 힘을 푼다. 1970년대 말 글로리아 게이너의 명곡 ‘I will survive’를 샘플링해 독특한 한국형 디스코 뽕짝을 선보였던 ‘After like’가 특유의 ‘키치’한 매력으로 아이브 캐릭터를 공고히 했다면 정작 키치를 제목으로 쓴 이 곡엔 키치가 없다.


노래에서 키치는 남들과는 다른 이들의 면모를 강조하기 위한 하나의 텍스트 이미지로 차용될 뿐이다. ‘그 누구도 예상 못할 nineteen's kitsch / 우리만의 자유로운 nineteen's kitsch’ 등 가사 속 키치는 서사 없는 단어로 공허하게 메아리친다. 도리어 가사 즉, 메시지에 초점 맞춰 볼 때 이 곡은 이들 커리어의 기존 노선을 정확히 따르고 반복하는 편이다. ‘내 장점이 뭔지 알아 바로 솔직한 거야’ 류의 직선적인 자기 어필과 ‘숨 참고 러브 다이브’ 결의 쫄깃한 가사가 여기에 있다.


‘네가 보낸 DM을 읽고 나서 답이 없는 게 내 답이야’ / ‘올려 대는 나의 feed엔 like it / 홀린 듯이 눌러 모두 다 like it’ 사이 오늘날 십 대, 이십 대 여성 아이돌의 당돌한 주체성이 읽히고 젊은 층의 SNS 놀이 문화가 읽힌다. 종전까지의 음악과 결은 다르나 그 메시지만큼 이전과 같고 또 지향하는 바가 정확하다. 첫 정규 음반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변신한 듯 변신하지 않은 도전적인 선공개 싱글이다.

박수진(muzikis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