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고 당찬 자기애는 아이브가 커리어 내내 제시한 단 하나의 콘셉트였다. 여기에 포용을 얹어 공감을 키워드로 담아낸 본작은 그룹의 새로운 도약인 셈. 서두에 내민 싱글 ‘Rebel heart’에서 노래하는 ‘우리’는 기존과 다른 색으로 다가오며 긍정적인 신호탄이 됐다. 그간 ‘Kitsch’, ‘Off the record’ 등에서 말한 ‘우리’가 아이브 6인에 대한 단어에 그쳤다면, 이번엔 듣는 사람까지 총칭하는 연대의 감각을 제시한다.
관점의 변화를 내걸었지만 두 번째 타이틀에서 다시 나르시시즘을 고수하며 주제 의식이 흔들린다. ‘Attitude’는 ‘I am’, ‘Love dive’처럼 시종일관 주어가 ‘나’다. 앨범의 테마인 소통 의지가 이어지지 못한 단절은 음악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수잔 베가 ‘Tom’s diner’의 익숙한 음을 후크에 사용한 의도는 좋았으나 방향이 어긋난다. 질문에 맞지 않은 답을 들은 듯 당황스러운 고음이 낯익은 멜로디로 쌓은 맥락을 파괴한다. 음악은 듣는 이와 부르는 이의 대화다. 상호작용에서 얻는 설득력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이 곡은 소통의 부재가 깊다.
반면 같은 방법을 쓴 ‘You wanna cry’는 휘트니 휴스턴의 ‘I wanna dance with somebody’의 멜로디를 잔잔한 모던록 위에 버무려 색다른 맛을 내는 데 성공한다. 여러 차례 샘플링과 재해석을 향한 시도가 빛을 발했다. 글로리아 게이너의 ‘I will survive’를 담은 ‘After like’부터 최근 류이치 사카모토의 ‘Merry Christmas Mr. Lawrence’를 차용하며 화제를 모은 해외 싱글 ‘Supernova love’까지, 꾸준한 실험의 의의를 타이틀이 아닌 수록곡에서 제시했다.
한편 나 그리고 너의 논리를 벗어난 일반적 사랑 노래 ‘Flu’는 앨범에서 가장 편안한 청취를 돕는다. 마치 철학적 논의 끝에 “우린 모두 사랑을 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는 것처럼. 오히려 콘셉트가 얽매지 않을 때 이들이 가진 본연의 색깔이 제일 또렷하게 드러났다. ‘You wanna cry’가 비관을 낙관으로 희석했다면 ‘Flu’는 어지러운 마음을 신나는 기타 리프와 듣기 좋게 맞춰진 보컬로 재조명한다. 안유진과 리즈가 리드하는 가창도, 포인트를 살리는 장원영의 목소리도 곡의 매력을 드높인다.
공감은 자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지만 가볍지 않은 정신을 함의하는 단어다. 아이브의 주력 상품인 나르시시즘의 거울과 양손에 들자니 상반된 메시지의 충돌이 일었다. 각 축을 공고히 다진다면 공든 탑이 될 테지만 한쪽이 조금만 기울어도 티가 나게 마련이다. 스스로에 대한 애정 유지도 좋지만 기왕에 주체성을 단수에서 복수로 옮기기로 했다면, 더 큰 자신을 위해 기존의 캐릭터를 본격적으로 확장할 때다. 다음 외침은 확고한 자기암시인가, 유대의 선봉장인가? 본작을 기점으로 이 물음에 도화선이 붙었다.
-수록곡-
1. Rebel heart [추천]
2. Flu [추천]
3. You wanna cry [추천]
4. Thank u
5. Attitude
6. TK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