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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4 Nothing
라우브(Lauv)
2022

by 김호현

2022.09.01

뮤지션들의 놀이터인 사운드 클라우드에서부터 차근차근 성장의 단계를 밟아 온 라우브는 이제는 팝스타의 칭호를 목전에 두고 있다. 그의 노래들은 일상 속 배경음악으로 듣기 좋은 가벼운 팝의 전형이다. 귀에 쉽게 들어오는 멜로디와 편안한 코드 진행을 기반으로 유려한 보컬을 얹어 군더더기 없는 믹싱으로 음악을 포장한다. 찰리 XCX와 데미 로바토 등 팝 현장의 다른 가수들에게 곡을 주는 작곡가이기도 한 만큼 대중의 감성을 기술적으로 포착하는 데에 능하다.


< All 4 Nothing >은 짧은 형식 안에 여러 장르를 섞어낸 곡들로 구성되었기에 어느 한 장르의 사운드가 도드라지진 않는다. 그럼에도 조금 더 드러나는 특징이 있다면 신스를 활용한 깔끔한 팝 사운드와 약간의 알앤비 터치다. 중독성 있는 후렴구의 ‘Stranger’와 앨범의 이름과 제목이 같은 ‘All 4 nothing (I’m so in love)’에서 음반의 이러한 음악적 성격이 잘 드러난다. 전반적으로 아티스트의 개인적인 욕심보다는 대중성에 집중한 앨범이다.


라우브의 노래를 들으면 후회할 것을 알면서도 따라 불러보고 싶어진다. 이는 익히기 편한 멜로디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민첩한 음정 이동과 매끈한 보컬 뉘앙스 덕분에 그의 노래가 부르기 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성량감이 크지 않아 흥얼거리는 듯한 느낌이 연출되는 것도 그에 대한 잠깐의 과소평가에 한 몫을 한다. ‘Better than this’의 근사한 분위기는 그의 연주 디테일에서 기인하는데 이를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전작들의 가사가 바쁜 일상과 어두운 미래 사이에서 긴장감을 느끼는 이들에게 적적한 공감을 이끌었다면 이번 앨범의 메시지는 얼마간 가벼워진 성장의 서사를 제공한다. 성공 이후의 달라진 삶을 노래한 ‘26’, 어린 시절의 추억을 그린 ‘Kids are born stars’에서 이러한 모습이 눈에 띈다. 다소 상투적인 이 변화의 순간은 라우브에게 있어선 중요하다. 완전히 대중적인 팝스타로 그 목표를 잡을 것인지, 아니면 파급력은 적었지만 특색은 더 있었던 이전의 모습을 고집할 것인지 이번 앨범의 성적으로 앞으로의 전략을 가늠할 수 있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팝 가수 라우브는 전술한 가수들에 더해 에드 시런, BTS, 앤 마리, 트로이 시반 등 많은 뮤지션들의 인정을 받으며 그 커리어를 순항 중이다. 성실한 작업량을 확보하고, 더 기억에 남는 캐릭터를 구축해야 하는 앞으로의 과제는 남아 있지만 솔직해서 특색 있는 메시지에 터 잡았기에 긍정적인 미래를 상상하게 한다. 그가 한국에서 있기 있는 이유가 단순히 유통사의 영리한 마케팅 때문만은 아니다.


-수록곡-

1. 26 [추천]

2. Stranger

3. Kids are born stars

4. Molly in Mexico

5. All 4 nothing (I’m so in love) [추천]

6. Stay together

7. Summer nights

8. Time after time

9. Hey ari

10. Better than this [추천]

11. Bad trip

12. I (don’t) have a problem

13. First grade

김호현(hoizm7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