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만 무성하던 그의 정규 2집이 조금씩 형상을 드러내고 있다. 작년 발표한 데모곡에 이어 최근 유튜브 영상 ‘Put it down’과 선공개 싱글 ‘Trippy’을 차례로 공개하며 후속작 발매가 머지 않았음을 예고한 것.
곡의 재료는 공백기 간 등장했던 힙합 신의 흐름이다. 우선 로파이한 붐뱁 샘플로 몇년 전부터 큰 인기를 끈 ‘드럼리스 힙합’을 주 소재로 삼았다. 가사에서는 각각 '트랩'과 신종 장르 '레이지'를 대표하는 코닥 블랙, 트리피 레드에 대한 언급과 에미넴 'Lose yourself'를 인용한 구간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신구를 아우른 샤라웃과 영감 발휘가 여러 곳에서 펼쳐진다.
예열이나 쿨링 격의 트랙 이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이 유일한 걸림 요소다. 바이브(Vibe) 중시의 작법, 툭툭 내치듯 간결해진 래핑, 곳곳 심어진 위트 있는 변주 모두 단조로운 구성의 한계를 타파하지 못한다. 똑같이 바이브에 궤를 두었음에도 날선 감각을 장착해 놀라움을 자아낸 ‘Monet’과 비교해봐도 큰 차이다. 모호한 스포일러 ‘Lumberjack’으로 차후작에 대한 기대와 의심을 동시에 부풀린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의 사례가 있기에 방심할 수는 없겠지만, 앨범에서 과연 어떠한 톱니로 작용할지 조금은 지켜봐야 할 트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