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로 발전된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 피프티 피프티의 마법 같던 ‘중소의 기적’ 그 바탕에도 보편적인 제작 기술의 발전이 있었다. 에프엑스, 레드벨벳 등의 질적 도약이 준 영감과 함께 K팝의 프로듀싱 수준이 하나의 특이점을 넘어서며, 대형부터 중소까지 높은 수준의 음악적 완성도를 갖춘 그룹이 물밀듯 쏟아지는 ‘양적 팽창’의 흐름이 도래한 것이다.
상향평준화 속 대중의 한정적인 시선을 끌어모으기 위해 차별화는 더욱 중요해졌다. 그렇기에 S2 엔터테인먼트의 신예 걸그룹 키스오브라이프(KISS OF LIFE)의 데뷔 EP < Kiss Of Life >는 그룹과 멤버 각각의 이미지 메이킹을 최우선 목표로 둔다. 보컬과 비주얼 성향에 맞춰 ‘반항기 가득한 미국 소녀’의 이미지를 차용하고, 이에 걸맞은 흑인음악과 미국적 색채가 강한 팝을 주력으로 삼으며 설득력도 한층 더한다.
솔로곡의 대담한 배치는 이러한 전달력에 박차를 가한다. 뉴 잭 스윙 기반의 알앤비 트랙 ‘Sugarcoat’는 나띠에게 초기 알리야(Aaliyah)의 어린 디바 이미지를 입히고, 하늘의 솔로곡 ‘Play love games’ 속 생동감은 막내 멤버다운 밝고 엉뚱한 캐릭터를 완성한다. 간결한 비트로 랩 퍼포먼스를 과시하는 ‘Kitty cat’이나 가창력과 프로듀싱 능력을 고루 선보이는 ‘Countdown’의 경우처럼 역량 전달에 집중하는 방법론도 흥미롭다.
자신 있게 내건 만큼 멤버 개개인의 퍼포먼스 역시 기대 이상이다. 비교적 낮은 톤의 랩과 보컬은 음악의 색채와 질감, 서로의 목소리와 자연스레 어우러지면서도 저마다의 색깔을 여실히 드러낸다. 그룹 정체성의 기반이 되는 나띠의 안정적인 음색, 쥴리의 고혹적인 랩도 매력적이지만 특히 인상적인 지점은 메인보컬 벨의 역량이다. 19세의 나이가 무색할 만큼 여유로운 퍼포먼스는 블랙핑크 로제나 르세라핌의 허윤진처럼 유려하게 곡의 선두를 지휘하며 높은 감도의 청각적 자극을 제공한다.
대단히 신선하거나 세련되기보다, 단단하고 묵직한 등장이다. < Kiss Of Life >는 그 높은 완성도와 분명한 자기소개로 데뷔 앨범으로서의 기능을 완벽에 가깝게 수행하며 그룹의 앞길을 고르게 다진다. 언제나 반가운 새 이름의 등장, K팝의 허리가 한층 더 단단해졌다.
-수록곡-
1. 쉿 (Shhh)
2. 안녕, 네버랜드 [추천]
3. Sugarcoat [추천]
4. Countdown [추천]
5. Kitty cat
6. Play love ga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