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에 맞춰진 키스오브라이프의 시간 선은 건재하다. 언제나 넷의 무대에는 그당시 전형적인 알앤비와 네오소울이 들려온다. 보컬 찹(Chop)으로 박자의 뼈대를 만들어 이 리듬에 맞는 도입부와 후렴구를 순조롭게 배치했고, 끈적한 비음과 가성을 배합해 브릿지에 이르면 목적과 의도가 분명한 긴장감이 넘친다. Lips, hips, kiss. 라임의 연쇄가 성숙미를 분출하니 일단은 기대한 만큼이다. 다만 그대로가 끝이다. 3분을 채운 뇌쇄적인 세 단어에 장르, 접근, 표현법이 이제는 낯익다.
영리한 시제 선택만이 'Bad news'나 'Sugarcoat'가 가진 매력의 근원은 아니었다. 비정제된 에너지, 이를 적절히 소화하는 멤버 각자의 능력, 과거 음악이 멋지게 교차했고 어쨌든 ‘K팝’에서 만난 덕분이다. 탄탄한 후속 펀치 'Midas touch'에서 폭발시킨 레트로 이해도와 더불어, 명확한 멜로디나 안무가 존재하던 'Sticky'와 'Igloo'의 등장이 키스오브라이프에게 필연적이었던 이유다. 넘치게 안정적인 곡을 만난 'Lips hips kiss'의 농염한 이미지는 상쇄되었다. 개척자에게 쉬운 길은 오히려 돌아가는 길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