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계절감에 잘 어울리는 미디엄 템포 알앤비다. 정석적이고도 묵직한 비트는 2000년대 알앤비의 노스탤지어 감성을 한껏 살리고, 멤버들 간의 조화로운 보컬 합은 따뜻하고 세련된 분위기에 힘을 더한다. 파트 또한 균등하게 분배되어 멤버별 보컬 강점을 확실하게 드러낸다. 그동안 메인보컬로서 가장 돋보였던 벨은 탄탄한 연결고리가 되어주고, 하늘은 짧고도 인상 깊은 그루브로 곡의 포인트를 남긴다. 기존에도 몽환적인 무드가 큰 강점이었던 나띠는 물론, 화려하진 않으나 담백하게 초반 분위기를 주도하는 쥴리도 제 역할을 깔끔히 수행한다. 하나의 멤버를 크게 돋보이게 하는 구성은 아닐지 몰라도, 각자의 개성이 골고루 배합된 하모니는 키스 오브 라이프의 탄탄한 실력 자체에 관한 좋은 근거가 된다. 이전 활동곡들과 비교했을 때 멜로디나 장르, 그리고 구성 면에서 임팩트는 다소 떨어질 수 있으나, 그 어느 때보다 가장 편안하고도 안정적인 감상으로 다양한 매력과 다음 앨범에 관한 기대감을 확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