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영광이 사라진 홍대 거리에는 처연함만이 남았다. 낮게 가라앉은 보컬, 전면에 내세운 우울한 기타 톤, 그리고 현실적으로 묘사한 가사가 제대로 어우러진다. 자신의 처지와 비교하며 쓴 노래이기에 그 진심은 더욱 진하게 다가온다. 비판적인 시각을 과감하게 음악으로 승화하던 비비의 능력이 다시 또 한 번 힘을 발휘한다.
기운 없이 내뱉는 넋두리 닮은 노래와 랩에서도 솔(soul) 감각은 여전히 날이 선채 살아있다. 인디 음악의 메카에서 겉만 번지르르한 번화가로 변해버린 홍대에서 스스로를 비춰보며 하는 자아성찰이 직설적이다. 유명했던 음악의 성지에서 꿈을 꾸던 그가 꿈이 사라진 그곳에서 새로운 꿈들을 향해 쏟아내는 취중진담이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