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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레
비비(BIBI)
2024

by 손민현

2024.11.26

‘밤양갱’으로 문전성시를 이룬 비비 월드의 올해 폐막 콘셉트는 뉴진스다. 유사한 색으로 치장했지만 이곳에선 비비의 개성도 숨 막히게 느껴진다. 아련한 외벽을 직조하는 도입부 보컬 샘플과 사운드스케이프의 뼈대를 구성하는 금속성 신시사이저 연주는 분명 ‘Attention’과 ‘Omg’를 지향하는 듯 보이지만, 이후 전개 양상은 비비의 맹랑한 싱잉 랩과 당돌하고 아슬아슬한 가사로 점철되어 있다. 잘나가는 K팝 건축가 프랭크와 셀프 인테리어에 능한 디자이너 비비가 꾸민 흥미로운 조화와 변용이다.


그러나 고운 자태와 매혹적인 목소리는 입장을 위한 함정일 뿐이다. 관람객이 깔끔한 파스텔 색조에 감탄해 마지않을 때 커튼 뒤 똬리를 튼 새까만 본질은 의도대로 여러 구분선을 깨부수고 다닌다. 전복 대상은 이지리스닝 팝이 전하는 포근한 무드, 수줍은 사랑 표현을 뜻하는 일본어 원어의 뜻, 일반적인 대중음악 사랑 전달법 따위다. ‘비비의 의도적 드러내기’는 그렇게 K팝과 장르 음악 사이, 언어와 감정 사이, 외설과 낭만 사이 경계를 허물고 그 모두를 본인 영역으로 선언한다. 다디단 첫 맛보다는 때론 감춰둔 흑심(黑心)이 더욱 매혹적인 법이다.

손민현(sonminhyu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