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의 신곡 ‘밤양갱’의 히트는 놀랄 일이 아니다. 인기를 끌고 사랑받을 요소들이 곡의 전반에 넓게 포진되어 있다. 우선 이미지의 변신. 비비의 대표곡 ‘나쁜X’나 혹은 슈퍼비와 함께 피처링으로 참여했던 박진영의 ‘Fever’ 등에서 선보였던 강하고 콘셉츄얼한, 일정 부분 섹슈얼한 이미지를 내세우던 모습이 신곡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좀 더 편해졌다. 작년 화사가 ‘I love my body’란 곡으로 19금 퍼포먼스를 전체이용가 수준으로 풀어 많은 사랑을 받았듯, 비비 역시 이미지 변신을 통해 곡이 가닿을 청취층의 범위를 넓혔다.
두 번째 후크송. 제아무리 연령 별로 듣는 음악이 달라졌다 하더라도 쉽고 선명한 노래가 주는 힘은 여전히 세대를 통합한다. 2018년 아이콘을 일명 ‘초통령’으로 만들어준 ‘사랑을 했다’나 정규 음반 수록곡이었으나 뒤늦게 큰 사랑을 받아 2021년 싱글로 재발매하기도 한 안예은의 ‘문어의 꿈’이 꼭 그랬다. 이 곡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집념의 후크송. 동요처럼 쉽고, 맑은 하늘처럼 경쾌해 단숨에 따라 부르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왈츠 리듬에 마칭 스네어 드럼 사운드를 섞어 도입부터 듣는 이의 마음을 녹이는 ‘밤양갱’, 비비의 곡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친근한 대중음악이다. 장기하가 잘 썼고 비비가 제대로 불렀다. 그가 작사 작곡한 숨은 명곡 ‘별거 아니라고’에서 느꼈던 해사함이 이 노래에도 담겨있다. 이유 있는 2024년 새해 첫 히트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