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비욘세는 어떤 수식어로도 담아내는 것이 불가능한 인물이다. 2022년 음반 < Renaissance > 투어가 이끈 하우스 음악 부흥 집회를 갈무리한 다큐멘터리 < 르네상스 필름 바이 비욘세 >는 그가 이제 사소한 결함조차 허락하지 않는, 또는 허락할 수 없는 존재로 올라섰음을 시사했다. 흐트러지는 순간조차 동선이 있나 싶을 정도로 무서운 수준의 완벽함. 이는 현재 비욘세의 강점이자 약점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 Cowboy Carter >의 ‘컨트리 앨범이 아니라 비욘세 앨범’이라는 선언은 본질적으로는 그의 무거운 왕관을 잠시 내려놓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칙스(구 딕시 칙스)와의 2016년 컨트리 뮤직 어워드 ‘Daddy lessons’ 합동 퍼포먼스에 대한 컨트리 업계의 인종차별적 시선에서 착상된 듯한 작품은 ‘Ameriican requiem’의 가사 ‘거창한 생각은 여기에 묻어버려’처럼 한 명의 인간 비욘세를 그리려 한다. 투어를 위해 도로에서 시간을 보내는 삶의 고충을 토로하는 ’16 Carriages’와 일상적 희로애락을 소탈하게 논하는 ‘Texas hold ’em’을 싱글로 먼저 공개한 것이 방향성을 가리킨다. 즉 왕좌에서 내려와 대중의 삶 곁으로 들어가려는 것이다. 인생의 어려움 속에서도 빛을 바라보려는 ‘Just for fun’이나 포스트 말론이 참여한 사랑 노래 ‘Levii’s jeans’는 무게를 덜어내고 긴장을 적극 푸려는 그의 노력이다.
안타깝게도 비욘세는 내려놓음마저 꼼꼼히 계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지위를 포기하지 못하는 순간 종종 음반은 숨이 막힌다. 흑인 인권 운동에 큰 영향을 끼친 비틀스의 ‘Blackbird’를 커버하는 그의 목소리는 정치적 메시지를 성대로도 밑줄을 그으려 하듯 뭇내 부담스럽고, ‘Sweet ★ honey ★ buckiin’’에서 그래미 올해의 앨범 수상을 번번이 놓친 전적을 대수롭지 않다는 식으로 말하는 가사에서는 역으로 트로피를 아직도 의식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Jolene’은 이 에고와 페르소나의 합일 시도가 빚는 아이러니한 충돌이 가장 두드러지는 곡이다. 다른 여성에게 남편을 앗아가지 말라는 원작자 돌리 파튼의 애처로운 부탁을 비욘세는 살벌한 경고로 바꿔 제이 지를 향한 애착을 표현하는 동시에 전통적 여성상의 전복을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두 목적을 모두 달성하려는 우렁찬 외침에 연약한 원곡의 보컬이 주던 심오한 감정의 깊이는 되려 뻔하고 납작하게 짓눌린다. 애써 새로운 고전을 만들려는 강박이 그를 옥죄는 중이다.
강인한 이미지를 공유함에도 ‘Bodyguard’가 킬링 트랙으로 돋보이는 것은 구태여 무거운 짐을 짊어질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어쿠스틱 기타에 저음 위주로 느긋하게 노래하는 편안한 모습에 비욘세가 그리는 여성상은 우리에게 자연스레 스며든다. ‘Ya ya’ 또한 댄서블한 리듬이 우선되니 배경으로 삼은 흑인 전용 공연장 치틀린 서킷(Chitlin’ circuit)과 출생증명서에 비연세(Beyincé)로 철자가 잘못 기재된 외가 쪽 성씨 비욘세(Beyoncé)와 같은 미국 흑인의 설움은 일방적 교육의 소재 대신 대중이 자발적으로 탐구할 역사가 된다.
어느 순간 감상을 넘어 이해해야 하는 것이 되어가는 그의 음악을 < Cowboy Carter >는 완전하게 전복하지 못한다. 팬덤 비하이브(BeyHive)는 앨범을 백인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컨트리를 되찾은 위대한 흑인 혁명으로 여기고, 한편에서 < 가디언 >지에 글을 기고한 작곡가 야스민 윌리엄스(Yasmin Williams)처럼 음악사에 흑인이 미친 영향을 충분히 조명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입장도 있다. 파급력이 낳는 불가피한 정치화다.
장르 구분을 거부하고 음반을 음반 자체로 완결하려는 자세는 각종 담론을 좋은 의미로 무의미하게 만든다. 문학적인 ‘Daughter’ 뒤에 힙합 트랙 ‘Spaghetti’를 배치해 ‘컨트리 앨범이 아닌 비욘세 앨범’의 의미를 한 층 더 포개는 재치나 전설적인 컨트리 가수 윌리 넬슨과 돌리 파튼을 초청한 라디오 형식 인터루드로 꿰찬 세대 통합, ‘Ameriican requiem’과 ‘Amen’의 수미상관 등 맥락과 무관하게 독립된 존재로서 작품을 즐길 수 있는 요소는 충분하다. 고고한 자세가 여전히 답답하긴 하지만 영리함만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비욘세를 좋아하지 않을 수는 있어도 결국 받아들이게 되는 이유다.
-수록곡-
1. Ameriican requiem [추천]
2. Blackbird
3. 16 Carriages [추천]
4. Protector
5. My rose
6. Smoke hour ★ Willie Nelson (With Willie Nelson)
7. Texas hold ’em [추천]
8. Bodyguard [추천]
9. Dolly P (With Dolly Parton)
10. Jolene
11. Daughter
12. Spaghettii (With Linda Martell & Shaboozey)
13. Alliigator tears
14. Smoke hour II (With Willie Nelson)
15. Just for fun (With Willie Jones)
16. II most wanted (With Miley Cyrus)
17. Levii’s Jeans (With Post Malone) [추천]
18. Flamenco
19. The Linda Martell show (With Linda Martell)
20. Ya ya [추천]
21. Oh Louisiana
22. Desert eagle
23. Riiverdance
24. II hands II heaven
25. Tyrant (With Dolly Parton) [추천]
26. Sweet ★ honey ★ buckiin’ (With Shaboozey)
27. Amen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