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영미권 인터넷 포럼과 힙스터 커뮤니티 최고의 화제작은 일말의 의심도 없이 찰리 XCX의 < Brat >이다. 민주당의 신규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에게 간접 지지선언을 보내며 뜻밖의 친교를 맺은 덕에 차트에서는 초록불을 맞이하고 있지만 피치포크를 비롯해 그를 대대적으로 밀어주던 세력이 ‘Brat summer is over(브랫 여름은 끝났다)’를 외치면서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재빠른 배신을 확인하고 ‘다음 주를 기대하라’는 문구를 남긴 찰리 XCX가 공개한 파트너는 바로 빌리 아일리시다.
< Brat >의 확장판 보너스 트랙 ‘Guess’에 Z세대 슈퍼스타를 불러온 새 버전은 그가 조용히 티를 내고 있는 리믹스 앨범의 비공식 예고편이다. 땀 냄새가 한껏 풍길 듯한 지하 클럽 사운드에 다프트 펑크의 ‘Technologic’을 일부 인용한 노래는 주류 팝 시장의 반항아와 언더그라운드 전자음악 생태계의 대외 홍보대사를 겸하는 찰리 XCX의 이중적 속성 중 후자에 힘을 싣는다. 곁들여지는 빌리 아일리시의 음색을 제외하면 리믹스로서 큰 변화는 없지만 두 뮤지션의 얼터너티브 캐릭터와 소수자와의 유대감을 과시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살짝 부담스러운 수위의 가사로 표현한 주체적 섹슈얼리티와 퀴어적 정체성, 뮤직비디오에 무더기로 등장한 옷을 가정폭력 피해 여성 구호 재단에 기부한다는 메시지 등 모든 요소가 2020년대 팝 향유층이 아이콘에게 기대하는 바를 충족한다. 빌리 아일리시는 찰리 XCX의 프로덕션에 얹혀가고, 찰리 XCX는 빌리 아일리시의 이름값에 올라탄 모양새지만 때로 싱글의 흥행에는 음악 이외의 것이 더 중요하니까. 영국 차트 1위 등극 소식이 놀랍지만서도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