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킴 인터뷰

림킴(Lim Kim)

by 남강민

2026.07.29

수줍지만 강렬하게 등장한 투개월 이후 인어의 음색으로 대중을 홀렸던 김예림을 지나 낯선 이름으로 짜릿한 파격을 감행한 림킴. < Generasian >으로 세상의 편견에 금을 내고 꾸준한 작업으로 자신만의 세상을 펼쳐온 그는 두 번째 정규 앨범 < Exit To Nowhere >를 들고 이즘을 찾아왔다. 때로는 원색, 몽환적인 파스텔 톤으로 빈 캔버스를 가득 채우던 그의 목소리가 이번엔 10년간 빼곡히 채운 일기장을 흑백영화로 그려낸다.

시기마다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며 받은 시선은 그를 다층적으로 만들었다. 그간 거쳐온 음악에 관해 묻는 말에도 순간에 충실했던 자신을 되짚는 태도에서 단단한 진심이 내비친다. 넓으면서도 뚜렷한 그의 스펙트럼 안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하나의 축이 있다면 그건 '나만 할 수 있는 것'을 향해 정진한 림킴의 마음가짐이다. 음악을 만들 때만큼은 자신을 오롯이 쏟아붓는다는 그의 작업기와, 지난날을 다독이는 이번 정규작의 소회를 물었다.



오랜만의 정규작이면서도 7년 만에 발매하는 앨범 단위의 복귀이기도 하다. 그만큼 다양한 고민과 생각을 했을 것 같은데 제작 계기가 궁금하다. 
2019년 < Generasian >을 낸 후에 에너지가 많이 소진된 상태였다. EP지만 거의 3년 가까이 준비했다 보니 활동을 끝내고서 번아웃이 왔다. 이후에 싱글도 발매하고 OST에 참여하면서 시간이 빨리 가기도 했고, ‘이런 앨범을 다시 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은연중에 있었다. 이번에는 다른 것보다도 내 목소리에 맞는 장르적 색깔을 찾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음색과 어울리는 사운드도 중요했지만, 지난 시간에 대한 나만의 그림이 그려지는 음악을 모아보고 싶었다. 

그게 장르적으로는 신스팝인가?
그렇다. 시작할 때부터 신시사이저 기반의 곡을 만들고 싶었고 준비하면서도 그런 장르 음악을 많이 들었다. 막연한 도전은 아니었다. 투개월 때도, 솔로 앨범에도 계속해서 신스팝 요소를 사용했다 보니 상상하기 어렵지 않았다. (제작에 참고했거나 자주 들었던 신스팝 음악이 있다면) 영화 사운드트랙을 많이 들었다. < 마티 슈프림 >에 원오트릭스 포인트 네버가 참여한 곡들. 특유의 레트로한 사운드가 좋았고, 팝 요소를 잘 녹여내는 맥스 마틴 곡도 많이 들은 것 같다.

선공개 싱글로 나왔던 ‘인사하세요’는 특이하게도 하우스 장르다.
하우스를 좋아하긴 하지만 앨범의 밑그림에 있었던 건 아니다. 근데 프로듀서가 데모로 먼저 전해줘서 들어보니 이 곡이 들어가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유쾌하고 댄서블한 사운드와 풍자적 메시지가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드레스가 전곡 프로듀싱으로 참여했다. 드레스와 작업하며 인상 깊었던 순간이 있었나.
본인이 프로듀싱하는 아티스트마다 그리고 싶은 그림이 확실한 분이라고 느꼈다. 이전에 마크의 < The Firstfruit >에서 보여준 모습을 생각하면 사운드를 구현하는 감각이나 아티스트를 표현하는 방식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작업에서도 느껴졌다. 내가 생각하는 키워드를 전달했을 때 자신만의 해석이 가장 분명히 있었던 프로듀서. 그래서 잘 맞았던 것 같기도 하다. 

피처링이 눈에 띈다. ‘인사하세요’는 해외 래퍼 브리 런웨이가 함께했고, ‘Through the glow’는 윤상이 함께했다. 
‘인사하세요’는 하우스 장르이다 보니 댄스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와 작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브리 런웨이 노래를 평소에도 자주 들었고, 자기 캐릭터가 분명하면서도 댄스 음악을 꾸준히 하고 있는 사람이라 생각해서 먼저 연락했다. 다행히 브리 런웨이 쪽에서도 좋아해 줘서 금방 섭외가 되었다. 윤상 선배의 경우 직접 뵙거나 함께 녹음하진 않았다. 이번에 라디오에 나가면 처음 뵐 것 같다. (브리 런웨이를 처음 듣는 분들께 추천하는 곡이 있다면) ‘Gucci’, ‘That girl’도 좋고, 미시 엘리엇과 같이 부른 ‘ATM’도 재미있게 들었다.



이번 앨범은 자전적 색채가 강하다. 메시지를 표현하는 데 있어 작곡가들과 소통하는 방법이 궁금하다. 
이전에는 비트가 나오면 보컬 멜로디를 쓰고 작사를 하는 방식으로 작업했는데, 이번엔 앨범의 전반적인 스토리를 먼저 제시했다. 1번 트랙부터 7번 트랙까지의 감정 단계나, 전반적으로 이야기하고픈 메시지 등 전반적인 틀을 계획하는 방식으로 함께 했다. 

흑백으로 촬영한 웨딩 콘셉트 뮤직비디오가 인상적이었다. 기획 의도가 있는지?
우선 가사에 웨딩 내용이 있다는 게 컸다. 뮤직비디오에서는 내가 그들을 관조하다가 결국 나의 길을 떠나는 식으로 마무리되는데 이런 스토리가 ‘Never gonna be alone’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과 연결된다고 생각했다. 나의 시선을 반영한 곡이 앨범에 많고, 타이틀 곡 자체도 청자를 열어두고 말하는 내용이니 그런 시각을 반영한 콘셉트다. 

디스코그래피마다 이미지가 달라서 시기마다 림킴을 향한 시선도 다양하다. 그 변화 속에서 본인 스스로는 어떤 마음이었는지 궁금하다.
사실 투개월으로 활동할 때부터 지금 림킴에 이르기까지 자아의 변화는 없다. 시기마다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가에 대한 방향성의 차이가 있었고, 김예림 때에는 회사의 개입이 물론 있기도 했지만 언제든 표현하고 싶은 그림은 뚜렷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마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자연스레 선택해 온 것 같다. 

림킴의 지난 10년을 대표하는 곡을 시기별로 꼽는다면.
투개월 시절엔 ‘여우야’, 그 이후엔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던 ‘Alright’. 림킴으로 이름을 바꾸고 나서는 ‘Yellow’다.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자'며 한계에 도전했던 곡인데 신체적 번아웃을 겪기도 했다. ‘Confess to you’는 드라마 < 킹더랜드 > OST로, 의도치 않게 드라마 인기 덕에 반응이 좋았던 곡이다. 이번 앨범 직전엔 ‘궁’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고, 지금은 < Exit To Nowhere >가 되지 않을까.



‘21’이라는 트랙도 그렇고, 서른의 림킴이 바라본 지난 20대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마흔이 된다면 어떤 음악을 할 것 같은지.
지금 생각해 보니 나는 현재를 사는 사람인 것 같다. 예전에 냈던 음악을 들어보면 ‘그때 어떻게 노래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금의 나로서는 어려운 소리와 순간이 담겨있다. 가수라는 직업이 그 순간의 나를 담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그럴 수도 있다. 마흔을 미리 계획한다고 해도 그렇게 그려질까 싶기도 하다. 현재의 나를 그려나가는 데에 더 집중하고 싶다. 

그간의 넓은 스펙트럼이 이해된다. 그렇다면 대중성과 실험성이라는 두 축 사이에서 본인은 주로 어느 지점에 서 있는 편인가.
음악을 만들 때 둘 중 하나를 택하는 편은 아니다. 물론 사람들이 이걸 들었을 때 좋아할까에 대한 생각도 하지만 그것이 우선이라기보다는 내가 들었을 때 좋아야 우선인 것 같다. 타이틀 곡도 물론 좋지만 첫 데모로 받았던 ‘Limbo’가 그런 곡이다. 존재감이 확실하면서도 대중과의 접점이 만들어지는 곡. 그래서 두 기준보다는 차별화에 중점을 두는 편이다. < 슈퍼스타K 3 > 때도 다른 스타일의 음악과 새로운 선곡, 기타 연주를 보여주려고 했던 걸 보면 나만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다. 

이번 앨범에서 그 차별화를 엿볼 수 있는 곡은 어떤 곡인지.
이번에 작업한 모든 곡은 데모도 그렇고 완성작도 그렇고 들을 때마다 그 속의 감정선이 명확하다고 느꼈다. ‘Limbo’ 역시 노래가 주는 에너지가 직관적이었다. 아무래도 음악의 첫인상으로 판단하게 되는데 ‘Limbo’를 듣자마자 내 목소리로 그려나갈 앨범이 눈앞에 보이는 기분이 들었다. 

2013년 데뷔 이후 13년이 흘렀다. 가수로서 보낸 여러 순간을 돌아보며 드는 감회가 있는지.
오디션에 지원하고 막 가수가 되었을 때는 확실히 설레는 마음이 컸었다. 나이가 어리기도 했고, 가수라는 막연한 꿈을 이룬 직후이기도 했으니. 지금은 어쨌든 10년의 경험치가 쌓이면서 아티스트로서의 자아가 생긴 것 같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좀 더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상황이 되니 그에 대한 책임감, 자유로운 기분은 확실히 다른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즘의 공식 질문이다. 지금의 림킴을 만든 인생 아티스트, 곡이나 앨범이 궁금하다.
한 명으로 특정하기 어렵다. 어릴 때 잠깐 캐나다 유학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 들었던 라디오, MTV의 팝 아티스트들을 보고 가수의 길에 대해 생각했던 것 같다. 그웬 스테파니, 팀버랜드, 넬리 퍼타도. 이런 아티스트들이 기억난다. 한국 가수로는 유재하의 음악을 많이 듣는다. 



진행: 임진모, 손민현, 한성현, 신동규, 남강민, 김한슬, 김지현
정리: 남강민
사진: 김한슬

남강민(souththriver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