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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 (Coexistence)
임재범
2004

by 엄재덕

2004.11.01

이젠 '보통사람'이 됐다. 불교부터 천주교, 기독교, 그리고 이슬람교에 이르기까지 각종 종교에 심취하는가 하면, 앨범 녹음을 마치고 홀연히 사라지는 것, 1988년 록 그룹 '아시아나'의 멤버로서 가졌던 공연 이후 한 번도 자기 콘서트를 가지지 않았던 점 등등, 그의 행적들은 솔직히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지난 9월, 이번 5집 발표와 관련한 기자회견장에서 모습을 드러냈었던 그는 정서적 안정을 찾을 수 있었던 배경을 “결혼한 뒤 세 살 난 딸의 말을 잘 듣는 아빠가 됐고,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의미를 되새겨 보면서 인생관이 달라졌다”라고 압축했다.

'공존'이란 뜻의 앨범 타이틀, 그리고 '사람과 사람들', '安', '살아야지'란 곡명들만 보더라도 그는 인간 공동체의 향기를 느끼기 시작한 것 같다. 음악 모티브가 가족, 그리고 더 나아가 사람들과 어울리는 삶으로 옮겨간 것이다. 이번 앨범 작업에서 그는 전작들과 달리 모든 곡의 작곡과 프로듀서에 관여했고 몇 곡의 작사도 직접 하면서 어느 때보다 열심이다. 그는 확실히 달라졌다.

특히 아끼는 곡이라고 설명했던 'Seaside'의 “언젠가 나도 알게 되겠지 진정 삶이 주는 의미를 / 어리석은 나를 용서하면서 웃는 법을 배우고 싶어...”란 노랫말은 그의 사고관이 긍정적으로 변했음을 말해주며, 보사노바 풍의 '백만 번째 환생', 너그러운 보컬 분위기를 풍기는 '安' 등은 그가 결혼 이후 얻은 여유를 대변하는 듯 하다.

타이틀곡 '새장을 열다'는 버블 시스터즈의 코러스와 심상원의 바이올린이 극적 분위기를 북돋우는 발라드 곡으로 임재범의 주특기인 강성 보컬을 걷어내고 안정감만 남겼다. 오히려 감성적으로 더 충만한 느낌을 부여한 관록의 소산이다.

록 음악도 편성해 외형적 무게감을 더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총을 내려라', 'Key', '사람과 사람들' 등에서 그는 록그룹 시절처럼 귀가 얼얼할 정도는 아니지만 '역시 임재범'이란 혼잣말이 튀어나올 정도의 파워를 드러낸다.

사랑, 평화, 전쟁 등 노래 소재는 다수이지만, 따지고 보면 주제는 '삶에 대한 애착' 하나로 통합된다. 아내를 맞이하고 딸도 생기면서 인생의 재미를 맞본 그는 사람 냄새가 나는 앨범을 들려준다. “살아야지 삶이 다 그렇지 작고 외롭고 흔들리는 거지...”('살아야지' 중에서) 그는 일반의 감성을 획득했다.

-수록곡-
1. 살아야지 (작사 : 채정은 / 작곡 : 임재범, 최남욱)
2. 백만 번째 환생 (채정은 / 임재범, 최남욱)
3. 安 (채정은 / 임재범, 최남욱)
4. 安 Epilogue
5. 아낌없이 주는 나무 (하해룡 / 임재범, 최남욱)
6. 총을 내려라 (채정은 / 임재범, 최남욱)
7. 새장을 열다 (채정은 / 임재범, 최남욱)
8. Sixth chapter (임재범 / 임재범, 최남욱)
9. Key (임재범 / 임재범, 최남욱)
10. 사람과 사람들 (임재범 / 임재범, 최남욱)
11. Seaside (하해룡 / 임재범, 최남욱)
12. 살아야지 (채정은 / 임재범, 최남욱)

프로듀서 : 최남욱
엄재덕(ledbes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