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으로 되돌아간 마스터피스!'
웨스트코스트의 중견 래퍼 스눕 독(Snoop Dogg)의 생명력은 의외로 질기다. 10년 전, 데뷔와 동시에 스타덤에 오른 스눕은 갱스터 랩 시대가 종말을 고한 현재까지도 여전히 건재하다. 그와 동시대 활약한 주류 힙합퍼 가운데 자신의 활동 반경을 꾸준히 넓혀가고 있는 랩 가수들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절친했던 친구 투팍과 동부 랩 스타 비기는 이젠 전설이 되었으며, 그동안 여타 주변인들마저도 대다수는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사실 1996년 2집 <Tha Doggfather>가 소포모어 징크스로 휘청거리면서, 그 역시 남들처럼 '위기의 남자' 신세로 전락할 뻔했다. 세기말에 이르자 차세대 랩 맹주들이 대거 등장, 스눕의 보금자리는 날이 갈수록 위협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이전보다 훨씬 분주히 몸부림쳤다. 한동안 여러 절친한 가수들의 앨범에 '약방의 감초'처럼 참여, 녹슬지 않은 랩 스킬로 언젠가는 화려한 컴백을 예고했던 것이다.
그런 결과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이 딱히 잘 말해준다. 스눕이 '두뇌 콤비' 넵튠스와 창조적 결과물에 고민하고 대화의 틀을 넓혀가면서 그는 이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활기찬 컨텐츠가 주도한 2002년 음반 <Paid Tha Cost To Be Da Bo$$>부터 스눕은 더 이상 '사부' 닥터 드레에게 의존하지 않았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2년 만의 새 앨범 <R&G: The Masterpiece>를 통해 여지없이 넵튠스와 제휴하고 있는데, 이는 얼마 전 닥터 드레가 에미넴을 만나면서 제 2의 전성기를 구가한 것과 유사한 입장이라면 쉽게 공감을 갈 것이다.
놀라운 내용물을 담고 있는 이번 신보는 확연히 달라진 스눕의 음악 노선을 예측케 한다. “에이, 스눕 한물 간 래퍼잖아” 이랬다간 완전 뒤통수 한 대 얻어맞는 우수한 퀄리티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제는 과거 'G-Funk'의 달콤한 추억에서 완벽히 해방을 선언한 것도 눈 여겨 볼만한 매력 포인트로 작용할 듯싶다.
프로듀서만 놓고 보자. 최첨단 트렌드 기법을 절묘하고 폭넓게 전개하는 넵튠스가 전반적인 사운드 윤곽을 꾸린다. 곧 음반의 스타일을 요약, 규정해주는 대목이다. 패럴 윌리엄스가 보컬로 가세한 첫 싱글 'Drop like it's hot'은 현재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당당히 1위로 올라와 있으며, 그 곡부터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참여하는 'Signs'까지 스눕 인생의 일곱 번째 기록물은 마치 넵튠스의 또 다른 프로젝트 N.E.R.D의 음악을 듣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초대 손님 명함만 봐도 울트라 A급임을 자랑한다. 앞서 언급했듯 저스틴을 필두로 얼마 전 어셔, 시아라와 파트너십을 공유하며 크런크(crunk) 스타일을 개척한 릴 존(Lil' Jon), 스눕의 오랜 랩 동료 수파플라이(Soopafly), 그리고 슈퍼스타 50센트와 넬리 등 차세대 흑인음악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거기에 노장 비지스와 '펑크(funk) 마스터' 부치 콜린스(Bootsy Collins)까지 가세하고 있으니 라인업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오프닝을 알리는 인트로 'I love to give you light'가 이번 음반의 방향을 한마디로 압축해준다. 상당히 매끄럽고 그루브가 넘실대는 리듬과 비트, 소울풀한 코러스까지 곡 해석력은 과거 지-펑크로 광풍을 몰고 왔던 <Doggystyle> 시절처럼 매우 유연하고 탄력적이다.
불과 몇 개월 전, 빌보드 앨범 차트 1, 2위로 데뷔하면서 '원투 펀치'의 괴력을 과시했던 넬리의 프로젝트와 유사한 힙합 아닌 소울풀한 알앤비 성향은 이제 힙합도 멜로디를 대폭 수용한 새 흐름으로 뒤바뀌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해준다. 널리 알려진 샤데이의 'Smooth operator'을 샘플링하고 있는 'Perfect', 수파플라이가 초빙된 'Can U control Yo Hoe', 넬리가 참여한 'Girl like U', 커티스 메이필드의 오리지널을 재해석한 엔딩 송 'No thang on me' 등이 매끈한 멜로디 지향적인 변화를 말하고 있다.
요컨대 스눕 독의 새 앨범 <R&G: The Masterpiece>는 걸작 <Doggystyle>의 21세기 버전이라 평해도 전혀 손색없는 결과물이다. 스눕 스스로도 “새 앨범은 내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 싶은 욕구의 분출”이라 밝히고 있다. 과거 섹스, 마약, 폭력의 유혹에 휘말리며 감옥 신세를 들락날락하던 스눕 독이 어느새 많이 성숙해진 결과라고 해석해야 할까. 그의 변화는 절반 그 이상의 성공이다.
-수록곡-
1. (Intro) I love to give you light
2. Bang out
3. Drop it like it's hot Feat. Pharrell
4. Can I get a Flicc Witchu Feat. Bootsy Collins
5. Ups & downs Feat. The Bee Gees
6. The blindness
7. Snoop D.O. Double G
8. Let's get blown
9. Step yo game up Feat. Lil' Jon & Trina
10. Perfect Feat. Charlie Wilson
11. Wballz (Interlude)
12. Fresh pair of panties on
13. Promise I
14. Oh no Feat. 50 Cent
15. Can you control yo h** Feat. Soopafly
16. Signs Feat. Charlie Wilson & Justin Timberlake
17. I'm Threw Witchu Feat. Soopafly
18. Pass it pass it
19. Girl like U Feat. Nelly
20. O thang on me Feat. Bootsy Colli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