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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ing Heads : 77
토킹 헤즈(Talking Heads)
1977

by 이수호

2013.03.01

비록 뉴 웨이브나 포스트 펑크와 같은 하위 장르로 정의하고는 있지만 토킹 헤즈(Talking Heads)의 음악은 단순히 활자로만 설명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초창기를 대표하는 아트 펑크에서부터 후반기에 구사했던 아프리카 폴리리듬(polyrhythm)에 이르는 사운드의 너른 활용은 물론이거니와 어딘가 알 듯 말 듯 한 오묘한 가사, 사방팔방을 넘나드는 프론트 맨 데이비드 번(David Byrne)의 예측 불가능한 보컬까지, 모아놓고 보면 확실한 형상으로 도출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특성들이 밴드 내에 용해되어 있었다.

그럼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음악들만 남겼던 흐리터분한 밴드였을까. 그렇지 않다. 토킹 헤즈는 어느 밴드들보다도 스타일이 분명한 그룹이었다. 이들에게는 명문 예술 학교 출신들이 조직했다는 지적인 이미지도 있었고 다양한 사운드를 한데 섞어보거나 남다른 퍼포먼스를 연출해보는 실험성도 있었으며 제작한 결과물을 깔끔한 작품으로 빚어낼 줄 아는 능력도 있었다. 구체적인 색상은 떠오르지 않아도 단번에 알아챌 수 있는 선명함이 가득했다고 한다면 어느 정도 설명이 될는지. 분명 이들은 뚜렷함이 살아있는 밴드였다.

무엇보다도 밴드가 활동했던 주 무대가 바로 라몬스(Ramones)와 패티 스미스(Patti Smith), 블론디(Blondie) 등이 공연을 가졌던 뉴욕 펑크 신의 메카, 클럽 CBGB(CBGB OMFUG)였다. 독자성이라면 누가 나와도 밀리지 않을 이곳에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는 사실은 결코 쉬이 넘길 부분이 아니다. 스스로를 드러낼 수 있는 음악과 그 못지않게 스타일이나 이미지의 측면에서도 특화를 두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이야기로, 자기만의 오리지널리티가 확실히 존재했다는 것이다.

사이어(Sire) 레코드를 통해 발매한 1977년의 데뷔작 < Talking Heads : 77 >은 기발한 독창성을 드러내며 밴드 고유의 매력을 전달한다. 베이시스트 티나 웨이머스(Tina Weymouth)의 연주가 돋보이는 재치 있는 펑크(funk) 리듬의 인트로 트랙 'Uh-oh, love comes to town'과 느슨함과 팽팽함을 오가는 전개 속에 아방가르드한 기타 연주를 끼워 넣은 'No compassion'은 단연 빼놓을 수 없는 곡들이었고 데이비드 번이 토해내는 히스테릭한 보컬이 인상적인 'New feeling'이나 'The book I read', 'Pulled up' 역시 토킹 헤즈의 스타일을 잘 나타내는 결과물들이었다.

그러나 가장 주목해야 할 곡은 트랙 리스트 하단부에 있다. 제목부터 단번에 시선을 끄는 'Psycho killer'가 바로 그것. 도입부의 베이스 라인과 별 다른 멜로디가 없는 기타의 원코드 리프는 불편한 사운드를 자아내 긴장감을 유발했으며 흔들리는 창법으로 읊는 불길한 가사는 듣는 이들을 위협하기에 충분했다. 스릴러 넘버랄까. 마치 교묘하게 심리적 공포감을 조성하는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 감독의 영화처럼 곡은 저강도의 불안을 은밀하고 또 지속적으로 유입시켰다.

물론, 음반은 상업적인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중의 취향과 가까이 해도 성공을 보장하기 어려운 판에 대중의 취향을 시작부터 도외로 두었으니 판매고가 오를 리 있을까. 'Psycho killer'가 빌보드 싱글 차트 90위권에, 음반이 영국 앨범 차트 60위에 올랐다는 기록 빼고는 가시적인 성과가 없었다. 그러나 애초부터 메인스트림을 노린 밴드였다면 몰라도 이들은 그와는 성격이 다른, 클럽 무대 위의 '펑크' 밴드였다. 자기만의 음악을 하고 자기만의 공연을 열며 자기만의 작품을 만들면 그만이었다.

독특한 곡과 가사, 분위기를 휘어잡는 미니멀한 편곡 구성에 펑크(funk) 리듬을 대입한 사운드까지, 창의적인 접근이 곳곳에서 돋보인다. 음반은 밴드의 개성과 상상력, 이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재능의 결과물이었고 음악 신에 또 하나의 방향을 제공하는 새로운 지침이었다. < Fear Of Music >나 < Remain In Light >와 같은 이후의 작품을 예견하듯 토킹 헤즈는 데뷔작에서부터 자신들의 패션을 과감히 드러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문제'의 행보는 1977년의 첫 앨범에서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수록곡-
1. Uh-oh, love comes to town [추천]
2. New feeling
3. Tentative decisions
4. Happy day
5. Who is it?
6. No compassion [추천]
7. The book I read
8. Don't worry about the government
9. First week/last week…carefree
10. Psycho killer [추천]
11. Pulled up [추천]
이수호(howard1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