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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r of Music
토킹 헤즈(Talking Heads)
1979

by 이수호

2013.09.01

특유의 지적인 이미지와 왕성한 독창성, 잘게 쪼갠 펑크(funk) 리듬과 종잡을 수 없는 데이비드 번의 보컬 퍼포먼스는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기념비적인 두 전작, < Talking Heads : 77 >과 < More Songs About Building And Food >와의 연결고리를 헐겁게 만들었다. 그렇게 생긴 빈자리를 채운 것은 스튜디오에서의 사운드 기술이었다. 곡을 이루는 기본적인 구성은 미니멀해도 음반 전반에 흐르는 사운드는 풍성하면서 또 탄탄하다. 한마디로 널찍하게 공간감을 확보했다할 수 있는데, 한층 높아진 신디사이저의 활용도에서 한 번, 질감을 한껏 끌어올린 콘솔 앞의 테크닉에서 다시 한 번 그 원인을 짐작해볼 수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창작력의 지배자, 데이비드 번의 구상에서 모든 것들이 먼저 출발하나 사실 전작부터 함께 해온 브라이언 이노의 가세와 이는 결코 무관하지 않다.

동시에 음반은 < Remain In Light >로 시작하는 이후의 행보를 제시하는 예고편이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기술적인 차원에서의 사운드 차이도 물론 확실하지만, 이만큼이나 확실하게 주목을 받아야하는 부분은 내용적인 면에서도 분명한 변화를 보였다는 사실이다. < Fear Of Music >에서 등장하는 토킹 헤즈의 음악은 앞선 두 음반들에서보다 훨씬 더 다양한 양태를 띄고 있다. 특히나 독일 다다이스트 휴고 볼의 시를 가사로 가져온 첫 곡 'I zimbra'는 아프리카 비트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다는 점에 있어 더 넓은 범위로 영역을 뻗치는 실험의 전초라 할 수 있고 신디사이저 계열의 뉴웨이브 사운드와 디스코 리듬, 각종 노이즈가 어둡게 혼재한 'Cities' 역시 같은 맥락으로 봐야하겠다. 이 모든 요소들을 뒤섞어 뉴웨이브 시대의 몽상을 구현한 'Life during wartime'도 또한 마찬가지이며 전위성과 팝 사운드를 연달아 교차시키는 'Air', 데이비드 보위의 베를린 시대가 언뜻 보이는 'Heaven'도 이 지점에서 언급하고 넘어가야한다.

모든 시도가 자유로웠던 뉴욕 펑크 신의 시대상과 밴드의 창조성이 제대로 만난 걸작이다. 아프로 비트를 사용하든, 디스코 리듬을 사용하든, 사운드를 어떻게 꼬아내든 그 어떤 것도 거리낄 이유는 없었다. 아무 맥락이 없어 보이는 다다이스트의 시구를 첫 트랙의 가사로 써 내린다 해도, 지하 조직단원의 망상 어린 이야기에 'Life during wartime'라는 제목을 붙인다 해도, 심지어는 이 모든 것들을 마구잡이로 꼬아놓고 던져 놓는다 해도 아무 상관이 없었다. 끊임없이 압박을 가하는 펑크(funk)-디스코 리듬과 넘실거리는 베이스 라인, 어디서 날아들지 모르는 전자음에 괴이쩍게 노래를 부르는 데이비드 번의 보컬이 이루는 기이한 하모니에는 무시할 수 없는 마력이 존재했다. 흉포하리만치 거칠 게 없었던 토킹 헤즈의 상상력은 그렇게 음악의 경계를 넓혀가고 있었다.

-수록곡-
1. I zimbra [추천]
2. Mind
3. Paper
4. Cities [추천]
5. Life during wartime [추천]
6. Memories can't wait
7. Air [추천]
8. Heaven [추천]
9. Animals
10. Electric guitar [추천] 
11. Drugs
이수호(howard1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