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More Songs About Buildings and Food
토킹 헤즈(Talking Heads)
1978

by 이수호

2013.08.01

토킹 헤즈와(엄밀히 말하자면 데이비드 번과) 브라이언 이노가 협업을 개시한 시점이 바로 이 때다. 데뷔작과 비교해 더욱 맵시 있게 떨어지는 사운드는 브라이언 이노의 프로듀싱에서 근거한다. 티나 웨이머스의 유연한 베이스와 크리스 프란츠의 간결한 드럼으로 이루어진 리듬 파트가 가시적인 위치로 끌어올려졌다는 것에 먼저 주목해볼 필요가 있는데, 음악이 깔끔하면서도 댄서블하게 다가오는 이유를 이 지점에서 뚜렷이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퍼커션에 전자음을 입혀 풍부하게 사운드를 조성한 'Warning signs'와 중반부의 신디사이저 솔로가 인상적인 'The girls want to be with the girls'도 또한 브라이언 이노의 영향 아래에 놓여있다고 가리키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브라이언 이노의 가세는 어디까지나 상승효과를 가져 온 부가적인 조건이다. 가치가 확실하게 빛나는 곳은 밴드의 놀라운 창작력에 자리한다. 시작부터 내달리는 'Thank you for sending me an angel'이 그렇고 펑크(funk) 리듬으로 강렬하게 몰아치는 'With our love'와 'Found a job'이 그러하며 전작의 'Happy day'를 연상시키는 팝 사운드의 'The good thing'이 바로 그렇다. 뉴욕 펑크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단순한 코드 진행을 가져왔음에도 풀어내는 방식은 상투적이지 않았으며, 도리어 불친절하다 싶을 정도로 음악을 실험적으로 꼬아놓았다. 그러면서도 결코 모호해지지 않을 수 있었던 원인은 음반 전반에 놀라운 집중도를 불어넣어 강도 높은 에너지를 지속시켰다는 데 있다. 분위기를 위태롭게 흔들면서도 순간순간 기타 리프를 날카롭게 쏘아댔고 크게 넘실대는 베이스 라인 속에서는 의외의 안정감이 존재했다. 'The big country' 등에서 보이는 데이비드 번의 능수능란한 보컬 연기도 물론 맥락에서 결코 제외할 수 없다.

자의식이 일방적으로 흐르는 또 다른 사이코 킬러, 'Artists only'와 알 그린의 1974년 곡을 멋지게 풀어낸 'Take me to the river'도 단연 음반의 베스트 트랙에 꼽힌다. 이 모든 요소를 모았을 때 토킹 헤즈의 두 번째 음반은 사실상 데뷔작 < Talking Heads : 77 >과 크게 다르지 않다. 1년이 지나고서 나온 새 음반에는 전작의 'Uh-oh, love comes to town'의 사운드도 들어있고 'Who is it?'의, 'Psycho killer'의 사운드도 들어있다. 펑키(funky)한 리듬으로 단조로운 선율을 지배하는 양상도 그대로며, 알 듯 말 듯 한 노랫말을 신경질적으로 내뱉는 데이비드 번의 보컬도 역시 여전하다. 새로운 작품이라기보다는 전작의 연장선 위에 위치한 속편으로 보는 방향으로 해석을 내려야겠다.

이 위치에서 오해를 분명히 피해야하는 점은 그렇다고 해서 단순한 자기복제에 머무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후일의 시선이 크게 주목되지 않는 음반의 결과를 되짚어보자면, 강렬하게 등장했던 데뷔작과 < Fear Of Music >, < Remain In Light >로 화려하게 실험성이 폭발했던 이후의 행보 사이에 작품이 끼어있다는 연유가 있기 때문이다. 앨범이 발매된 시점에는 밴드의 시작과 함께 불을 댕겼던 데이비드 번의 열기가 일정 궤도 위에 이미 안착해있었고 그룹 차원에서도 창작욕 또한 상당히 물이 올라있었다. 다소 애매하다 싶은 인상은 시기적으로 자리한 음반의 위치에서 기인할 뿐이지 그 결과물만큼은 더 없이 뚜렷했고 명백했다. 자신들만의 스타일을 구체화하면서도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지반을 동시에 다진 셈이다. 명반이라 평가 받는 지위만큼이나 그 조명도도 같이 높일 필요가 있는 음반이다.

-수록곡-
1. Thank you for sending me an angel [추천]
2. With our love
3. The good thing
4. Warning sign
5. The girls want to be with the girls [추천]
6. Found a job
7. Artists only [추천]
8. I'm not in love
9. Stay hungry
10. Take me to the river [추천] 
11. The big country [추천]
이수호(howard1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