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True Stories
토킹 헤즈(Talking Heads)
1986

by 이수호

2013.07.01

앨범 발매일로부터 3일 뒤, 동명의 영화가 개봉된다. 작품의 감독이 그리고 주연 배우가 바로 데이비드 번이다. 아티스트의 성격을 꼭 닮아서 그런지 영화도 변덕스럽기 그지없다. 상상의 마을 속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들을 서술하는 데에 그 초점을 맞춰져 있음에도 여러 플롯으로 틀을 쪼개 놓은 데에다가 각 플롯의 중심인물들 또한 제각기 달리 배치해 까딱하면 집중력을 잃기 쉽다. 물론 이에 대해 명백한 해석은 존재하지 않겠지만 그간의 행적으로 보아서는 아무래도 데이비드 번 감독의 장난기 어린 함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모호함과 뚜렷함을 연이어 교차시키는 이 영화는 여기서 내려놓고 음반으로 이제 이야기를 돌려보자. 그렇다면 < True Stories >라는 앨범은 영화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음반이겠다고 생각이 들 텐데, 본론을 시작하기에 앞서 얘기해야겠다. 이 앨범은 OST 음반이 아니다. 토킹 헤즈의 작품으로 보는 것이 더 적합한 접근이다.

큰 이유가 하나 있다. 사운드 트랙 앨범이라고 하기에 음반과 영화와의 연계성은 다소 낮다. 영화를 위한 삽입곡이라는 느낌보다도 영화의 시작이 되는 모티프라는 인상이 더욱 강한데, 해당 장면들과 음악이 이루는 궁합과는 별개로 모든 곡들에서 토킹 헤즈의 이미지가 도드라지게 올라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배우들이 각각의 곡을 불렀던 영화에서의 음악과는 달리 음반에서는 모든 트랙의 메인 보컬을 데이비드 번이 맡고 있다. 덕분에 앨범에서는 주변 인물들이 차례로 나와 한 구절씩 노래하는 'Wild wild life'도, 음모론을 설파하는 목사의 'Puzzlin' evidence'도, 초월적인 힘에 교신을 보내는 부두술사의 'Papa legba'도 들을 수 없다. 데이비드 번 스스로도 후회했듯 이는 어느 정도 아쉬운 부분이다. 음반의 정의를 흐릿하게 만드는 원인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나 음악 자체는 상당히 좋다. < Speaking In Tongues > 이후로 점차 넓혔던 팝적인 이미지와 그보다 더 앞서 이루었던 월드 뮤직에 대한 연구, 펑크와 뉴 웨이브의 사운드에 극적인 요소를 위한 전개 구성까지 적절하게 섞여있어 딱히 흠잡을 부분은 없다. 음반의 포문을 여는 'Love for sale'의 로킹한 사운드나 'Puzzlin' evidence'에서 보이는 신디사이저 라인과 콜 앤 리스폰스 형식의 절묘한 결합, 'Wild wild life'에서의 흡인력 있는 훅이 실로 멋지고, 훗날의 한 브릿 팝 밴드에게 이름을 선사하는 'Radio head'에서의 독창적인 사운드 메이킹과 앨범의 마지막을 (동시에 영화의 마지막을) 멋지게 끝내는 'City of dreams'의 세련된 선율도 빼놓을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다. 영화와 음반과의 관계도가 헐겁기에, 그리고 음반 속에서의 트랙 간의 유기성이 느슨하기에 앨범의 힘이 얼핏 약해보이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짜임새 높은 토킹 헤즈의 구성도도,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데이비드 번의 창작력도 그 어느 때보다 물에 오른 상태다. 그 틈 사이에서 발생한 시너지 효과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이 앨범으로 향하지 않을까.

-수록곡-
1. Love for sale [추천]
2. Puzzlin' evidence [추천] 
3. Hey now
4. Papa legba
5. Wild wild life [추천]
6. Radio head [추천]
7. Dream operator
8. People like us
9. City of dreams [추천]
이수호(howard1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