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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tle Creatures
토킹 헤즈(Talking Heads)
1985

by 이수호

2013.11.01

토킹 헤즈의 디스코그래피에서 가장 듣기 쉬운 음반이다. 멜로디가 더 없이 확실하고 뒷받침하는 사운드는 그 어느 때보다도 팝적이다. 편곡에서의 구성도 간편한데다가 음반 전체에 흐르는 분위기 자체도 밝은 톤을 유지하고 있어 부드럽기 그지없다. 기타 리프가 중심이 되는 어쿠스틱한 면모가 가장 먼저 다가오는데 이 지점에서는 초창기의 두 음반 < Talking Heads : 77 >과 < More Songs About Buildings And Food >가 연상되기도 하나, 곡 자체를 느긋하고 가볍게, 또 쉽게 가져가기에 의미는 분명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지치지 않고 몰아가던 펑크(funk) 리듬도, 공격성을 드러내던 신디사이저 라인도 제 세기를 대폭 줄였다. 남은 건 사람들의 직관을 건드리는 매력적인 팝 사운드와 토킹 헤즈의 음악이라는 것을 여전히 증명해 줄 데이비드 번의 목소리였다.

월드 뮤직에서 영향을 받은 'Television man'의 퍼커션 소리나 'Walk it down'의 꼬아놓은 사운드와 같이 복잡해 보이는 시도들이 간혹 등장하고는 있다지만, 그보다 더욱 도드라지는 부분은 대중 친화적인 방향으로 음악을 끌고나가는 다른 요소들이다. 사운드가 깔끔하게 떨어지는 'And she was'에서의 캐치한 코러스와 'Creatures of love'에서의 더욱 부드러운 질감이 여기에 해당되고, 훅을 확실하게 가져가는 'The lady don't mind'와 'The perfect world'에서의 팝적인 전개, 가스펠 풍으로 시작하는 'Road to nowhere'에서의 현대식으로 풀어낸 케이준 사운드가 마찬가지로 포함된다. 여기에 'Stay up late', 'Walk it down'과 같은 곡들에서 보이는 복고적인 신디사이저 톤도 물론 빼놓을 수 없겠다. 이전의 모습들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던, 간편하고 말끔한 팝 음악이 만들어진 셈이다.

전위적인 행보를 계속 해 걸어왔던 토킹 헤즈이기에 < Little Creatures >는 다소 당혹스러울 수 있을, 특히나 < Fear Of Music >과 < Remain In Light > 전후에 거둔 성공적인 실험에 상당한 의미를 두고 있는 입장이라면 더욱 갸우뚱할만한 앨범이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결코 음반을 도외로 둘 수 없는 이유는 개개의 곡 면면이 멋지고 또 매혹적이며 심지어는 아름답기까지 하다는 데에 있다. 뚜렷하게 넘실거리는 선율과 대폭 무게를 줄인 구성, 쉬운 사운드를 향한 데이비드 번의 접근법이 예상외의 모습이라고는 해도 결과물의 수준은 이전의 앨범들이 늘 그래왔던 것처럼 일정한 정도를 충분히 상회하고도 남는다. 그렇기 때문에 디스코그래피 상에서의 급격한 방향 전환과는 별개로 작품은 걸작으로서의 지위를 응당 누릴 만하다. 밴드에게 품었던 평소의 기대와는 다른 양상으로 펼쳐졌다고 해서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 어쩌면 사실, 거부할 수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수록곡-
1. And she was [추천]
2. Give me back my name
3. Creatures of love [추천]
4. the lady don't mind [추천]
5. Perfect world [추천]
6. Stay up late [추천]
7. Walk it down
8. Television man
9. Road to nowhere [추천]
이수호(howard1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