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과 가요를 막론하고, 여성 가수들의 득세는 실로 대단하다. 이는 10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던 현상이라 할 만한데, 달리 말하면 재능있는 남자 가수들이 그만큼 보이지 않는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제이슨 므라즈(Jason Mraz)는 그런 대세 속에서도, 지난 2003년 'The remedy(I won't worry)'가 싱글 차트에서 15위까지 오르며 이미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유망주 싱어 송 라이터이다.
데뷔 앨범이 가공되지 않은 경쾌함과 날 것의 싱싱함을 내뿜고 있었다면, 두 번째 앨범은 일련의 성숙의 기미가 강하게 느껴진다. 어쿠스틱 기타가 주도하는 편안한 루츠(Roots)분위기의 곡에서 마룬 5(Maroon 5)풍의 쫀득쫀득한 리듬감이 두드러지는 록 넘버까지,수록곡들의 분위기는 실로 다양하다. 명 프로듀서 스티브 릴리화이트(Steve Lillywhite)는, 므라즈가 원한 넓은 스펙트럼이 한 앨범 안에 성공적으로 녹아들 수 있도록,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했다.
첫 번째 곡, 'Life is wonderful'은 '라라라~, 인생은 멋진 것'이라고 나른하게 읊조리는 후렴부가 귀에 단번에 들어오는 편안한 루츠 트랙이다. 첫 싱글 'Wordplay'와 'Geek in the pink','Did you get my message'는 그루브한 리듬감이 돋보이는 업 템포의 모던 록 넘버이다. 'Mr.Curiosity'는 잔잔한 피아노 연주와 묵직한 스트링, 중반부에 등장하는 소프라노 보컬이 므라즈의 조곤조곤한 목소리와 아늑한 조합을 이루며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Clockwatching'은 경쾌하면서도 재미있는 리듬파트와 징글쟁글대는 밝은 기타 연주가 돋보이는 1980년대 풍의 깔끔한 록 소품이다. 개인적인 베스트 트랙. 'Bella luna'는 라틴 팝 적인 요소를 가미한 발라드이고, 'O lover'에는 남미 음악의 신명과 묵직한 록, 무난한 팝의 감성과 스타일이 변화무쌍한 구성 속에 공존한다. 'Plane'은 왠지 불안감을 자극하는 피아노 연주와 하이라이트의 스트링과 묵직한 리듬의 조합이 사뭇 엄숙한 기분마저 들게 한다.
므라즈가 탄식에 가까운 목소리로 '기타'를 부르며 그런지 스타일로 시작하는 'Please don't tell her'는 곧 서정적인 팝/록 사운드로 변화한다. 'The forecast'도 무난한 루츠 록 넘버이며, 'Song for a friend'는 2분에 가까운 스트링 연주의 홍수와 이어지는 묵직한 코러스와 기타 디스토션의 조합이 강렬한 대조를 이루는 대곡 지향적인 곡. 낯익은 여성 코러스는 레이첼 야마가타(Rachel Yamgata)의 목소리이며, 라울 미동(Raul Midón)은 기타 연주와 코러스는 물론 특유의 입으로 내는 브라스 소리도 들려준다.
자기 스타일을 찾기 위한 변화의 시도와 그 과정에서 찾아오는 발전은, 싱어 송 라이터에게 있어서는 필연적인 통과의례와 같다. 열 두 곡의 수록곡 안에 므라즈는 정말 많은 것을 담으려 한 것이 눈에 보인다. 당장 곡 구성부터 많은 공을 들여 지루함이 느껴지는 트랙은 거의 없으며, 한 곡 안에도 여러 개의 스타일을 삽입하며, 크로스 오버를 적극적으로 표방한 노래도 많이 보인다. 물론,멜로디의 흡인력은 여전히 발군이다.
듣는 사람에 따라 데뷔 앨범의 풋풋함과 상쾌함이 다소 상쇄된 것을 아쉽게 느낄지도 모르겠지만, 분명 많은 부분에서 발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시대,정통 팝 송 라이터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하는 앨범이다. 흑인 음악의 강림 속에 발표된 보기 드문 '수작' 정통 팝 앨범.
-수록곡-
1. Life is wonderful
2. Wordplay
3. Geek in the pink
4. Did you get my message?
5. Mr. curiosity
6. Clockwatching
7. Bella luna
8. Plane
9. O. love
10. Please don't tell her
11. The forecast
12. Song for a friend
Producer: 스티브 릴리화이트(Steve Lillywh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