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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Sing. We Dance. We Steal Things.
제이슨 므라즈(Jason Mraz)
2008

by 윤지훈

2008.07.01

제이슨 므라즈의 매력은 '생동감'에 있었다. 'The remedy (I won`t worry)'와 'Geek in the pink'로 대표되는 그만의 스타일에는 마치 갓 잡은 활어처럼 싱싱한 맛이 있었고, 느린 템포의 곡이라도 그를 통하면 건강한 활력이 느껴졌다. 록과 소울, 힙합을 오가는 장르 포용력이나 깨끗한 음색은 그 다음이었다.

그런 그가 세 번째 앨범의 핵심 카드로 어쿠스틱을 택했다. 언플러그드 사운드가 젊음의 영역이 아니란 법은 없지만, 마음껏 노닐기에는 분명 턱 없이 부족한 자리. 과연 < We Sing. We Dance. We Steal Things. >은 이전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곡 진행이나 혼을 쏙 빼놓는 말장난을 부각시키지 않는다. 첫 싱글 'I`m yours'에서 알 수 있듯이 장식음을 걷어낸 어쿠스틱 연주를 골자로 시종 차분하게 그리고 결을 고르게 가져갔다. '재치'와 '패기'보다는 '성숙'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는 음악이다.

새로운 스타일은 일견 성공을 거둔 듯하다. 앨범은 대체로 호평을 얻었고, 차트 3위라는 실적도 기록했다. 특히 로맨틱한 무드에서 이 형식은 빛을 발한다. 2007년 데뷔작 < Coco >로 주목받은 여성 싱어 송라이터 콜비 칼레이(Colbie Caillat)와 입을 맞춘 'Lucky'나 옅은 블루스 감성에 팝 멜로디가 배합된 발라드 'Love for a child'는 국내 라디오에서도 자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친화력을 발휘하는 곡들이다.

기존 성향은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속사포처럼 가사를 쏟아놓으며 힙합의 영역을 넘나들고('Coyotes', 'The dynamo of volition'), 주류에 함몰되지 않았음에도 달콤한 선율을 뽑아낼 줄 안다('Make it mine'). 소울에의 접합도 꾸준하다('Butterfly', 'Live high').

하지만 내용물을 담는 그릇이 달라졌기 때문인지 날 각이 무뎌진 건 감출 수 없다. 전작들에서 팽팽하게 유지되던 긴장감은 어딘지 느슨해졌고, 곡 구성 또한 충분히 예상 가능한 틀 안에서 움직인다. 그를 정의했던 특징들은 잘 파악해 계승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감각은 뒤따르지 않은 듯하다. 단적으로, 유사한 방법론을 가진 전작의 'Geek in the pink'와 'The dynamo of volition'을 비교해보면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더구나 자기 색을 어느 정도 포기하면서, 그 자리에 다른 뮤지션의 흔적이 발견되는 것도 문제다. 므라즈의 보컬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잭 존슨(Jack Johnson)의 노래가 아닐까 싶은 첫 싱글 'I`m yours'를 비롯해 부분적으로 존 메이어(John Mayer) 등 유사 아티스트의 모습이 느껴진다. 동년배이면서 승승장구하는 이들이 물론 편하게 다가오지는 않았겠지만 닮을 필요는 없었다.

신작이 발표되기까지 걸린 물리적인 시간은 3년이지만 심정적으로는 그보다 훨씬 오랜 기간이 흐른 것처럼 느껴진다. 갑자기 진지해진 표정 때문이다. 유독 야박한 평을 받았던 전작 < Mr. A-Z >을 통해 장난기어린 인상이 항상 득이 되지는 않음을 깨달은 것이 급박한 성숙 의지를 부추겼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개구쟁이 소년이 어른이 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듯이, 그도 여유를 갖고 진행했어야 했다. 듣는 재미가 사라진 건 제이슨 므라즈의 음악에서 치명적일 수도 있는 문제다.

-수록곡-
1. Make it mine
2. I`m yours
3. Lucky (feat. Colbie Caillat) [추천]
4. Butterfly
5. Live high [추천]
6. Love for a child [추천]
7. Details in the fabric (feat. James Morrison)
8. Coyotes
9. Only human
10. The dynamo of volition
11. If it kills me
12. A beautiful mess
윤지훈(lightblue124@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