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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y Own Words
니요(Ne-Yo)
2006

by 김獨

2006.06.01

“작곡가에서 솔로 가수로 변신한 올해의 신예”

작곡가는 곡을 잘 써야 한다. 그러나 요즘 작곡가들은 창조성이 바닥났다. 이른바 '좋은 멜로디'를 쓸 줄 모른다. 더 살벌하게 표현하자면, 현재 대중음악 멜로디는 죽었다. 컴퓨터를 응용해서 곡을 주조할 줄 안다고 전문 작곡가가 되는 건 아니다. 비틀스와 카펜터스의 노래가 시대를 초월해서 사랑받는 이유가 다 뭐겠는가. 귀에 속속 박히는 좋은 멜로디 때문이다.

올해 23세 흑인 청년 네요(쇼퍼 스미스)는 그런 점에서 재능이 있다. 곡을 잘 쓴다. < In My Own Words >가 증명한다. 이 데뷔 앨범 수록곡 중 샘플링은 단 3곡만 썼다. 주류 네트워크를 유혹한 1위곡 'So sick'는 순수 창작곡이다. 그만큼 작곡에 확신이 차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솔로 데뷔 이전부터 작곡가로 이름을 알린 계기가 그 자신감의 발로다. 지난해 빌보드를 강타한 마리오(Mario)의 넘버원 싱글 'Let me love you'는 네요가 직접 쓴 곡이다.

10대 후반에 프로 세계로 뛰어든 네요는 그동안 여러 팝스타들에게 곡을 써 주었다. B2K, 뮤지크, 루벤 스튜더드, 히더 헤들리, 크리스티나 밀리언, 리안나 등이 그의 곡 작업에 매력을 느꼈다. 뿐만 아니라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비욘세, 메리 J. 블라이지와 제이미 폭스 같은 슈퍼스타들도 네요에게 러브콜을 청했다. 상기한 가수들의 이름만 보면 전성시절 베이비페이스도 질투했을 정도.

작곡 실력만큼 노래 솜씨도 나쁘진 않다. 의외로 '노래꾼'이다. 어반 R&B 곡에 잘 어울리는 보컬 톤은 참 유연하고 탄력적이다. 미드템포로 흐르는 첫 곡 'Stay'를 위시해 'Let me get this right', 'When you're mad', 그리고 'It just ain't right' 등 드바지(DeBarge)나 블랙스트리트(Blackstreet) 스타일을 닮은 리듬 플레이는 적당히 유쾌하면서도 무드를 유지할 줄 안다. 듣고 있자니 몸이 절로 즐거워진다.

댄스를 즐길 수 있는 장조 코드의 신명나는 속도감은 노래 잘하기로 소문난 어셔나 존 레전드도 놓친 패턴이다. 젊지만 명석하다. 알앤비 곡의 특성상 노랫말이 주로 애정을 그리고 있다는 게 맹점이긴 하다. 그렇다고 마빈 게이 식의 이런 달콤한 노래가 이데올로기 전쟁을 논하는 것도 어딘가 뒤틀린다. 흑인 가수라는 핸디캡은 있지만, 앨범의 질만 따지자면 프란츠 퍼디난드나 스트록스의 신작보다 더 못 만들어진 앨범은 절대 아니다.

'작곡'과 '보컬'의 조화를 이뤘기에 이 데뷔작은 올 상반기 가장 매력적인 알앤비 앨범으로 남을 듯하다. 이미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며 플래티넘을 따냈고, 두 번째 싱글 'So sick'는 UK 차트 1위 자리도 훔쳤다. 그래서일까. 팝 음악계는 벌써 네요를 '올해의 신인'으로 찜해 놓았다. 모처럼 '송라이팅이 잘 된' 알앤비 음반. 유능한 싱어송라이터의 탄생이다.

-수록곡-
1. Stay Feat. Peedi Crakk
2. Let me get this right
3. So sick
4. When you're mad
5. It just ain't right
6. Mirror
7. Sign me up
8. I ain't gotta tell you
9. Get down like that
10. Sexy love
11. Let go
12. Time
13. Girlfriend (International Bonus Track)
김獨(quincyjon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