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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Fiction
니요(Ne-Yo)
2015

by 김도헌

2015.03.01

성실한 활동 이력과 바람직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니요를 현 트렌드에서 맨 처음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시장을 주름잡는 프랭크 오션이나 미구엘, 위켄드 등 신예 PBR&B 그룹에 끼기도 어렵고, 소속사는 모타운이지만 마냥 고전을 쫓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상업적인 위용이 건재하다지만 'So sick', 'Because of you', 'Mad'가 연타석 안타를 날리던 시절을 생각해보면 리빌딩의 시간도 슬슬 압박으로 다가올 때다.

이를 무시할 수 없었던 듯 < Non-Fiction >에는 니요가 추구하는 '가상'과 최신의 '현실'의 타협점을 찾기 위한 노력의 과정이 담겨있다. 스쿨보이 큐와 함께한 'Run'부터 짙게 깔리는 몽환의 사운드는 PBR&B 문법의 대입이다. 여성 보컬 차리세 밀스(Charisse Mills)의 목소리가 은은하게 깔리며 구름 속에 있는 듯 신비로운 아우라를 형성하는 'Integrity', 티아이의 랩과 주고받는 듯 합을 맞추는 트랩 'One more'등 느린 호흡으로 현 트렌드와 발 맞춰나가는 노력이 돋보인다.

천천히 나아가고 나서는 데이비드 게타의 손길이 들어간 EDM 'Who's taking you home'과 히트메이커 핏불의 도움으로 빌보드 싱글차트에서 선전하는 'Time of our lives'가 울려 퍼진다. 'Dark horse'를 히트시킨 바 있는 주시 제이와 함께한 'She knows'는 그 스타일도 비슷하게 가져온 싱글로써 일찌감치 싱글 발매되었다.

여기까지가 현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최소한의 노력이라면 실제 그가 바라보는 이상 지점은 과거라 할 수 있다. 절친한 프로듀서 스타게이트가 주조한, 1980년대 뉴잭 스윙, 혹은 마이클 잭슨을 연상케 하는 스타일의 싱글 'Coming with you'를 기점으로 앨범은 2010년대 중반에서 1990년대 중반의 슬로우 잼으로 20년의 시간 여행을 거친다. 끈적한 로맨틱 송 'Religious'나 잔잔한 기타 리프와 목소리만으로 빚어낸 19금 역할극 'Story time'은 전체 앨범에 녹여진 야릇한 내용을 담아내기에 알맞은 트랙들이다.

이것저것 즐길 거리는 많은 편이지만 이 모두를 한데 놓고 봤을 때 딱히 인상적이지 않다는 게 문제다. 'Time of our lives'는 언제나 한 철 지나가는 핏불의 히트 싱글 중 하나고, 'She knows'나 'Who's taking you home'이 동시대 스타들보다 더 매력적이라 할 수도 없다. 차라리 후반부 집중된 복고적 R&B에 집중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어정쩡한 조합 때문에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닌 결과가 되고 만다.

싱어송라이터의 이점이나 매끈한 편곡, 귀에 감기는 멜로디라인의 이점도 희미해져 가는 상황에서 < Non-Fiction >은 결국 'Fiction'도 아니고 'Non-Fiction'도 아닌 어정쩡한 작품으로 남았다. 데뷔한 지도 어언 10년, 새로운 10년을 만들어나가기 위해서 우선 현실 방향을 확실히 설정해 둘 필요가 있겠다.

- 수록곡 -
1. Run (Feat. Schoolboy Q)
2. Integrity (Feat. Charisse Mills) [추천]
3. One more (Feat. T.I.)
4. Who's taking you home
5. Time of our lives (With Pitbull)
6. Coming with you [추천]
7. Good morning
8. Make it easy
9. Money can't buy (Feat. Jeezy)
10. Religious [추천]
11. She knows (Feat. Juicy J)
12. She said I'm hood tho (Feat. Candice)
13. Story time [추천]
14. Congratulations
김도헌(zener121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