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Prestige
엄정화
2006

by 김두완

2006.11.01

엄정화의 가창력은 데뷔곡 '눈동자'(1993)부터 지금까지 '보통' 하나로 올곧게 이어져 왔다. 특출하지도 않을뿐더러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줄 만한 채널도 딱히 없었다. 하지만 이미지 혹은 외모와 음악을 연결 짓는 그녀의 능력은 비교적 탁월했다. 이번에는 등장부터가 화제였다.

신보의 타이틀 곡은 'Come 2 me'이다. 펼쳐진 사운드 소스는 저스틴 팀벌레이크(Justin Timberlake)의 근작 'Futuresex/Lovesound'(2006)의 그것과 상당히 닮아 있다. 요염한 리듬 파트와 미끈한 건반 프로그래밍이 주를 이룬다. 이 곡을 배경으로 한 그녀의 컴백무대는 과감한 의상과 안무로 대중의 시선을 끌 수 있었다. 이것이 마돈나(Madonna)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설정된 콘셉트는 '그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허락'한 솔직한 가사와 잘 맞아 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방시혁이 만든 이 곡이 앨범 < Prestige >의 전반을 대변하진 않는다. 누구보다도 프로듀서인 그룹 롤러코스터의 지누가 작품의 색깔을 규정하고 있다. 여러 인물들이 작곡에 참여했음에도 그의 분위기는 구석구석 퍼져 있다. 롤러코스터 작품들인 < Absolute >(2002)와 < Sunsick >(2004), 연작으로 소개된 < Eastronika Episode 1, 2 >(2005) 등, 그가 최근에 심혈을 기울인 일렉트로니카는 엄정화를 기제로 다시 발주하고 있다. 펑크(funk) 공식을 철저하게 따른 'Shining star'와 'Gamer', 은은한 색감이 부담 없는 '1996년 10월 16일 날씨 맑음'의 경우처럼, 작품의 반턱이 직접 그의 작법을 거쳤다.

엄정화에게도 이미 전자 사운드는 익숙한 매개체다. 특히 그녀는 지난 앨범 < Self Control >(2004)에서 달파란, 프랙탈, 윤상 등을 통해 테크노를 경험했다. 이번에 공재한 이들로는 지누와 더불어 그룹 웨어 더 스토리 엔즈와 페퍼톤스가 대표적이다('Ticket to the moon', '여왕 폐하의 순정(純情)'). 동시에 그녀는 자신의 이름도 여러 곳 등재시켰다. 사운드 메이킹은 모두 지누에게 일임했지만 그와의 공동작업(작사, 작곡)으로서 '주인'의 자립심을 한껏 곧추세운 모습이다('Friday night', '바람의 노래', '사랑해, 사랑해' ).

작품엔 펑크(funk), 댄스, 일렉트로니카가 주종을 이룬다. 사랑의 쾌락과 아픔을 고루 체득한 그녀의 '관능'은 이러한 카테고리들을 스스럼없이 어른다. 이것이 요번에 엄정화가 취한 이미지 전략이기도 하다. 그녀의 과거로 소급할 수 있는 확실한 비트('Friday night', '탐')나 질펀한 편곡('거칠게...로맨틱하게', 'Dance with me') 등이, 이곳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이처럼 앨범 < Prestige >에 담긴 섹시하고 즐거운 음악은 '엄정화'라는 인물과 적확하게 맞아 떨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엄정화의 '아홉 번째 앨범'이라는 사실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14년이란 세월의 흐름과 함께 연륜이 생긴 듯, 자신만의 느낌을 세차게 표현하는 것이 더욱 수월해진 느낌이다. '마와시가 아닌 핫팬츠'를 선택했기에 이번에도 '엄정화색 음반'은 나올 수 있었다.

-수록곡-
1. Friday night (작사 : 엄정화, 지누 / 작곡 : 엄정화, 지누)
2. Shining star (지누 / 지누)
3. Come 2 me (방시혁 / 방시혁)
4. Gamer (지누 / 지누)
5. 거칠게... 로맨틱하게 (지누 / 지누)
6. 바람의 노래 (엄정화, 지누 / 엄정화, 지누)
7. 탐 (윤사라 / 김도현)
8. Dance with me (이준오 / 이준오)
9. Ticket to the moon (배영준 / 배영준)
10. 1996년 10월 16일 날씨 맑음 (지누 / 지누)
11. 여왕 폐하의 순정(純情) (배영준 / 페퍼톤스)
12. Innocence (최갑원 / 방시혁)
13. 사랑해, 사랑해 (엄정화, 지누 / 엄정화, 지누)

프로듀서 : 지누
김두완(ddoobari@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