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애감을 연출하는 스트링과 첨단 전자음의 조화는 윤상이 속한 작곡 팀 원피스(OnePiece)의 공이다. 여기에 빈틈없이 가득 들어찬 음악을 능숙하게 리드하는 엄정화의 보컬은 확실히 베테랑답다. 몰아치듯 빽빽한 구성과 맛을 내기 까다로운 마이너 조성이 벅찰 법도 하건만, 역경을 딛고 돌아온 디바는 흔들림이 없다.
게다가 ‘배반의 장미’, ‘포이즌’ 등 구슬픈 정서와 숨 막히는 댄스 비트의 향연은 본래 엄정화의 특기 아니던가. 1990년대 전성기의 그를 연상케 하는 선율과 시대를 명민하게 반영한 사운드 디자인, 여전히 독특한 매력의 음색이 짜 맞춘 듯 좋은 합을 이뤘다. 오랜 내공과 현대적 감각의 균형 배치! 8년의 기다림을 근사하게 보답하는 결과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