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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f Control
엄정화
2004

by 엄재덕

2004.02.01

벌써 10년이 지났다. 1993년 '눈동자'로 가수 데뷔한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마의 시간'이라는 10년을 넘긴 것이다. 아직 엄정화라는 이름이 '주류의 인기' 서클에서 언급되는 것을 보면, 그는 분명 성공한 엔터테이너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영화 <바람 부는 날에는 압구정동에 가야한다>에 출연한 것은 가수 이전이었으니 그의 연예 캐리어는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최근, 드라마 <아내>와 영화 <싱글즈> 등 상대적으로 연기활동에 집중하던 그가 8집 <Self Control>을 들고 오랜만에 나왔다. 권불십년(權不十年)에 대한 본격적 도전의 의미를 지닌 앨범이다. 이번 앨범의 성공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비단 음악시장 침체상황을 스타 엄정화는 돌파하겠느냐는 문제만이 아니라 10년이라는 숫자가 주는 장생(長生)가능성의 방점을 찍을 수 있느냐는 점 때문이다.

경력이 주는 자신감 때문인가. 엄정화는 이제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찾기 시작했다. 남의 주문이 아닌, 자신의 표현욕을 앨범에 기록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에 대한 팬들의 일반적 기대치는 결코 저버릴 수는 없었던 것 같다. 앨범은 그런 '이중적 자세'를 반영한 듯 '셀프 사이드(Self side)'와 '콘트롤 사이드(Control side)'로 나누어 두 장의 CD로 구성했다. 셀프 쪽은 '자아'라는 뜻처럼 '자기가 해보고 싶은' 음악을 담았고 다른 콘트롤 CD에는 그동안 해왔던 익숙한 '엄정화음악'을 실었다.

마돈나를 좋아한다고 밝힌 엄정화는 마돈나(아니면 그의 음악적 자식인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행적을 따라 간 듯 보인다. 셀프 사이드에서 그는 근래의 마돈나가 일렉트로니카를 했듯이 전자 음악의 영역을 넘보고 있다. 그래서 프랑스 유학 중인 정재형(베이시스 전 멤버), 프랙탈(Fractal), 달파란, 윤상, 정원영, 롤러코스터의 조원선 등등 자신의 욕망을 지원해줄 수 있는 일군의 프로듀서들한테 도움을 받았다.

정재형이 만든 타이틀곡 'Eternity'는 엄정화가 이번에 추구하고자 하는 변화를 목격할 수 있는 곡. 오케스트레이션과 전자음 간의 조화를 꾀하면서 중점을 일렉트로니카 풍의 리듬에 두었다. 프랙탈의 'Flying', 조원선이 작곡하고 롤러코스터가 피쳐링한 'Union of the snake', 달파란이 참여한 'Love me' 등등 타이틀곡보다 농도 짙은 테크노 버전도 있으며, 윤상의 '지금도 널 바라보며' 같은 멜로딕한 넘버도 수록됐다. 정브라더스(정재일작사, 정재형작곡)의 'In this rain'은 음산한 분위기에서 이미 실험성이 물씬하다.

콘트롤 사이드는 반면 쉽다. 기존 엄정화의 '발랄 댄스' 이미지를 원하는 대중은 여기서 안도감을 느낄 것이다. 오랜 파트너 주영훈을 비롯해 조규만, 황세준, 김조한, 윤일상 등이 곡을 주었다. 'Eros', 'Crush', '딜레마 (Dilemma)', 'Wacko', 자신이 출연한 영화에서 제목을 착안한 '사랑은, 미친 짓이다' 등등 모두 익숙한 댄스곡들이다. 뿐만 아니라 'Good bye my love', '아닌가요', '미안해', 그리고 '우리 다시' 같은 발라드 음악들도 적절히 배치했다.

엄정화는 무려 20곡을 수록하면서 만만치 않은 음악욕심을 드러내고 있다. 10년을 맞아 시도를 감행했다는 점에서 '뜻 깊은 새 출발'이다. 물론 타이틀곡을 비롯한 셀프 사이드는 '과연 대중들이 엄정화에게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점에서 결과는 조금 위태로워 보인다. 팬들은 엄정화로부터 음악성을 기대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것을 뻔히 알면서도 쉬운 '콘트롤 사이드'의 곡을 놔두고 대중적 친화력이 약한 테크노계열 곡을 밀어붙인 게 인상적이다. 표현력에 있어 서툰 감이 약간 있지만 그의 어떤 앨범보다 정성이 가득하다. 대중의 반응이 궁금하다.

-수록곡-
Self side
1. Everything is changed - intro
2. Eternity
3. Flying
4. Union of the snake
5. Love me
6. 지금도 널 바라보며
7. In this rain
8. 봄
9. Eternity (electronic bossa mixed by URU)

Control side
1. Eros
2. Good bye my love
3. Crush
4. 아닌가요
5. 신데렐라
6. 미안해
7. 우리 다시
8. 딜레마 (Dilemma)
9. 사랑은, 미친 짓이다
10. Boy
11. Wacko
엄재덕(ledbes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