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The Brian
브라이언(Brian)
2006

by 조이슬

2006.12.01

스타 작곡가는 언제나 좋은 질감과 일정 수준이상의 히트를 약속한다. 기획사의 타이틀을 내걸고 데뷔하는 신인가수나 이제 막 분화를 시작한 그룹 출신 가수들의 '좋은 노래를 들려주어야 한다'는 강박이 이로써 절박하게 드러난다. 조규만, 황세준, 하정호, 전승우(작곡), 조은희, 윤사라(작사) 등 면면이 화려한 이름들도 브라이언의 첫 솔로앨범에서 제각기의 역할에 충실하다.

플라이 투 더 스카이(Fly To The Sky)시절, 굵직하고 남성적인 '환희'의 보컬이 마음껏 멋을 부릴 때 은은하고 부드러운 감성으로 여심을 사로잡았던 것은 단연 그의 몫이었다. 그래서 그의 목소리는 현란한 보컬의 퍼포먼스보다는 감미로운 음색에 있었고, 높은 음역대보다는 안정된 톤에 가까웠다. 셀프 타이틀로 첫 걸음을 내딛은 솔로 데뷔작은 그의 보이스에 어울리는, 그가 지금껏 해왔던 전형적인 알앤비, 팝 발라드의 전언이다.

가장 안정된 노선을 택함으로써 참신함의 농도는 옅어졌지만 그럼에도 청취욕의 끈을 세게 붙잡는 것은 단번에 사로잡을 만한 아름다운 선율에 있다. 한 코드 안에서 같은 음의 멜로디를 잘게 쪼개는 방식의 발라드로 알앤비 씬을 장악한 '휘성'식 성공방식이랄까. 실제로 휘성의 전담 작곡가이기도 했던 '전승우'가 작곡한 '닮아가기'를 위시해 '보통여자'로 린(Lyn)에게서 블루스의 감성을 뽑아낸바 있는 작곡가 하정호가 쓴 '가지마'는 그 중에서도 단연 발군의 감각을 뽐낸다.

다만, '바래 바래' 등의 힙합 댄스넘버를 제외하고는 변함없는, 그리고 비슷비슷한 알앤비 / 발라드 풍의 곡들을 답습한 탓인지 그가 나타낼 수 있는 보컬 스펙트럼이 그리 넓지는 못하다. 부담 없이 듣기 좋은 보이스로 곡의 섬세한 리듬감까지 에누리 없이 묘사하고는 있지만 그룹 시절부터 이어온 그의 구획에서 쉬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깨끗하고 유유한 느낌의 발라드 '하지 말라고'(조규만), '사랑하지 않으니까요'(박창현), '일년을 겨울에 살아'(황세준)의 든든한 조력자가 내세운 과도한 스트링 편곡도 이를 덮어주지는 못한다.

앨범은 히트를 염두에 둔만큼 멜로디 라인이 뚜렷한 선율과 편안함을 무기로 정서적 기반에 무사히 안착한다. 가장 세련된 감성과 감각으로 동시대의 트렌드를 투영하고는 있지만 패기와 신선함에서 해답을 구하지 못한 채 안전함에서만 탈출구를 마련하고 있다. 브라이언만의 음악을 선보이겠다는 < The Brian >의 의지는 결국 끊임없이 자리를 옮겨가며 들려주는 스타 작곡가 군단의 똑같은 작법 스타일에 묻히고 말았다.

-수록곡-
1. 일년을 겨울에 살아 (작사 : 오성훈 / 작곡 : PJ)
2. 가지마 (하정호)
3. First day (And)
4. 사랑하지 않으니까요 (박창현)
5. 닮아가기 (장연정 / 전승우)
6. 하지 말라고 (조은희 / 조규만)
7. 신사 (오성훈 / PJ)
8. 검은눈물 (윤사라 / Mad Soul Child)
9. 눈물 속으로 (이상인)
10. 바래! 바래! (장원범, 조사라 / 허재혁)
11. All I know (Brian / Mad Soul Child)
12. 바래! 바래! (remix arranged by 조준영)

Produced by 황세준
조이슬(esbow@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