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알앤비 남자 솔로가수는 많다. 매년마다 눈에 띄는 신예들도 배출되고 있어 나름 '신(Scene)'이라는 탄탄한 선수층도 생긴 것 같다. 참가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어필하기 위해 아델(Adele)이나 존 레전드(John Legend)의 레퍼토리를 고민 없이 선택할 정도로 저변 역시 넓어졌다. 알앤비는 한국에서 더 이상 과도한 애드리브로 개그 대상으로 활용하는 소재가 아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른바 '알앤비 가수'라고 불리는 아티스트의 음악적 성향이다. 1970년대 전후의 소울로부터 거슬러 올라가는 음악적 자양분은 묵직한 창법과 멜로디를 구사하는 심각한 싱어들을 배출했던 것이다. 다소 과도한 심각함이 쥐어짜는 발라드와 결합하면서 소몰이로 심화하는 모습도 많이 봤다. 이미 빌보드의 일정 지분을 획득한 컨템포러리 알앤비가 국내에서만큼은 미적지근한 분위기를 이어가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현재 손가락에 꼽는 알앤비 가수들이 TV속 무대에서 춤을 춘 사례가 많은지 생각해보라. 우리가 < 나는 가수다 >의 김범수에게 열광했던 요인에는 일탈적 퍼포먼스, 즉 남진의 다리 떨기 춤이 있었다.
이리도 미리 장광설을 늘어놓은 까닭은 브라이언이 가요 시장에서 의미하는 바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는 국내에서 컨템포러리 알앤비를 구사하는 몇 안 되는 희귀본이다. 게다가 플라이 투 더 스카이(Fly To The Sky)에서 소몰이 코드를 소화했던 기이한 전력도 있다. 한동안 자신의 뇌리 속에서 브라이언을 밀어냈던 이들이 최근의 행보를 주목한다면 과거와 현재의 괴리를 느낄 정도다.
이미지 변화를 더욱 각인시키려는 노력은 이번 앨범까지 이어져오는 형국이다. 한때는 제이슨 데룰로(Jason DeRulo)의 'In my head'를 번안하여 불렀듯이 철저히 미국 현지의 트렌드를 그대로 이식하는 중이다. 모든 곡을 해외 작곡가에게 맡겼을 정도로 되도록 시야각을 넓혔다. 또한 컨템포러리 알앤비와 뗄 수 없는 관계인 힙합과 스킨십을 이뤘다. 예상보다도 타이거 제이케이(Tiger JK)를 비롯한 힙합계의 실력자들과 태그팀을 이루며 어색하지 않게 놀 줄 안다. 내수용으로만 묻히기에는 아까운 트렌드 감각과 완벽하게 영어를 구사한다는 점은 해외 케이팝 팬들에게도 공감을 이끌 수 있는 매력이다.
솔로로 진출해 뒤늦게 음악적 변신을 시도하는 사례 중 하나다. 물론 그 중에는 갈 길을 잃고 헤매는 미아 신세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브라이언의 경우는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적당히 컴백 앨범을 포장하기 위해서 리본을 단 것이 아니다. 이름만 남겨 놓고 이미지를 쇄신하는 멋스러운 < Reborn >인 셈이다.
-수록곡-
1. 너 따윈 버리고 (feat. Tiger JK) [추천]
2. Can't stop (feat. 박재범, Beenzino)
3. Don't tell me I'm wrong (feat. Jade Valerie) [추천]
4. Let this die (Extended Eng Ver.) (feat. Flowsik from Aziatix)
5. Can't stop (Eng Ver.) (feat. Dumbfoundead)
6. Domino (Acoustic Ver.) [추천]
7. 너 따윈 버리고 (Instrumen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