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가장 돋보이는 신인이었다. 백발에 가까운 긴 생머리와 뱅헤어, 얼굴의 반을 가린 커다란 선글라스, 눈가에 한 번개 모양의 화장, 관객을 민망하게 하는 코르셋 패션 등 단연코 튈 수밖에 없는 외형이었다. 바깥으로 보이는 모습만큼이나 행동 또한 대담했다.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외설적인 동작, 부담스러울 정도로 파격적인 몸짓을 보노라면 마치 미국인이 된 김나영을 마주하는 느낌이었다. 자신을 각인하는 데에는 확실히 성공한 셈, 사람들이 어떻게 기억하든 간에 이름 한 번 제대로 전파하지 못하고 단명하는 것보다 몇 십 배는 좋은 일이다.
놀랍게도 레이디 가가(Lady GaGa)는 의상이나 머리 모양, 튀는 행동이 전부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음악이 실해서 < The Fame >은 그녀를 '2008년의 신인'으로 만들어 주기에 충분했다. 일렉트로팝을 중심으로 댄스 음악의 요소가 골고루 버무려진 사운드는 가벼운 멋을 간직하면서도 무게감을 동시에 내보인다. 그녀가 단지 퍼포먼스에만 비중을 두는 어설픈 가수가 아니라는 걸 음악이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와 1980, 90년대의 일렉트로니카 풍미를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반주의 리드 싱글 'Just dance'는 레이디 가가의 쭉 뻗은 가창력은 물론 에이콘(Akon) 사단의 뛰어난 신인 가수 콜비 오도니스(Colbie O'Donis)의 걸쭉한 음성이 합해져 시원시원하게 들리는 댄스곡, 처음에는 귀가 즐겁고 그 다음에는 몸을 동하게 하는 힘을 지녔다. 신시사이저의 매력적인 변주와 흡인력 강한 멜로디로 인해 클럽의 찬가가 되기에 제격인 노래지만, 그녀가 스타로 우뚝 서는 것을 단기간에 증명하지는 못했다.
'Just dance'는 2008년 6월 디지털로 공개되었으나 8월 중순에 빌보드 핫 싱글 차트 76위로 데뷔하게 된다. 그 후 다섯 달 가량 차트에서 근근이 머무르다가 2009년 1월이 되어서야 정상의 자리를 차지했다. 첫눈에 그녀가 성공할 것을 알아본 사람에게는 오래 걸려도 너무나 오래 걸린 일이었는지 몰라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이에게는 전형적인 슬리퍼 히트에 불과했다.
확실한 히트곡이 나오자 상황은 급격하게 달라졌다. 간결한 코러스의 반복로 강한 인상을 전하는 두 번째 싱글 'Poker face'를 비롯해 지난해 성탄절을 즈음해서 낸 시즌 싱글 'Christmas tree', 홍보용으로 비디오만 제작된 힙합 곡 'Beautiful, dirty, rich', 에이스 오브 베이스(Ace Of Base)가 떠오르는 레게풍의 사랑 노래 'Eh, eh (Nothing else I can say)'가 차례로 인기를 얻으며 레이디 가가를 초대형 신인으로 급부상시켰다. 공식적으로 출시된 곡 외에도 음반에는 일렉트로팝의 경쾌함을 과시하는 작품이 가득하다.
일부에서는 레이디 가가를 두고 마돈나(Madonna), 그웬 스테파니(Gwen Stefani), 크리스티나 아길레라(Christina Aguilera)를 조금씩 섞어 놓은 듯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아직 그녀만의 독특한 무언가가 도드라지지 않았음을 단정하는 우려 섞인 설명일 것이다. 하지만, 빼어난 노래 실력과 어디에 내놔도 튀는 비주얼, 싱어송라이터로서 능력까지 갖췄기에 단발성 히트로 끝나리라고 볼 수만은 없다. 그만의 경쟁력, 화려한 쇼맨십이 '레이디 가가 표' 일렉트로팝에 대한 기대를 놓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록곡-
1. Just dance (feat. Colbie O'Donis) [추천]
2. Lovegame
3. Paparazzi
4. Poker face
5. Eh, eh (Nothing else I can say) [추천]
6. Beautiful, dirty, rich [추천]
7. The fame
8. Money honey
9. Starstruck (feat. Space Cowboy, Flo Rida)
10. Boys boys boys
11. Paper gansta
12. Brown eyes
13. I like it rough
14. Summerboy
15. Disco heav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