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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hem
레이디 가가(Lady Gaga)
2025

by 한성현

2025.03.10

향수는 실재 이상의 허상을 생성한다. 그래미 시상식 광고 시간에 공개한 ‘Abracadabra’를 가리켜 시끄럽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올드 가가’의 부활이라며 부산을 떨어대던 이들의 반응은 가히 집단 환각이었다. 괴성에 가까울 정도로 윽박지르는 보컬, 먹먹한 음색과 따로 노는 하우스 비트는 사실 초반 전성기보다 그에게 위기를 안긴 2013년 < Artpop > 그리고 싱겁게 끝난 < Chromatica >를 더 닮았는데도.

‘아수라장’이라는 의미답게 레이디 가가의 신보 < Mayhem >은 상당히 요란하다. 영화 < 조커: 폴리 아 되 > 개봉에 맞춰 발표한 재즈와 스탠다드 팝 커버 음반 < Harlequin >, 브루노 마스와의 협업 싱글 ‘Die with a smile’과 완전히 대치되는 맥시멀리즘 팝이다. 도입부 신비로운 허밍이 돌풍으로 치닫는 ‘Disease’, 넬리 퍼타도의 ‘Maneater’에 디스토션을 가득 입힌 ‘Garden of Eden’ 등 사방에서 온갖 사운드가 귀를 강타하니 지루하다고 느낄 새는 거의 없다.

가장 큰 수혜를 입는 지점은 음악이 배경으로 밀려난 세태에 맞서 대규모 후렴으로 압도하는 트랙이다. 폭발하는 가창의 ‘Perfect celebrity’와 < The Fame > 시절 데이비드 보위를 따라 얼굴에 그렸던 번개 문양을 추억하듯 글램 록으로 향한 ‘Vanish into you’가 그 예시다. 이지 리스닝은 애당초 용납할 수 없던, 성량 큰 디바들이 격전을 벌인 15년 전에 사로잡힌 망령이라면 비로소 성불할 기회다.

본디 레이디 가가의 음악은 1980년대 복고에 뿌리를 두었다. 각각 프린스와 쉭을 벤치마킹한 ‘Killah’와 ‘Zombieboy’, 마이클 잭슨의 리듬이 보이는 ‘Shadow of a man’으로 디스코와 펑크(funk)를 본격화하는 앨범은 옛 곡명이기도 한 ‘Retro, dance, freak’의 귀환을 알리나 싶지만 마지막 ‘괴짜’에 닿지는 못한다. 멜로디는 물렁하고 보컬은 지나치게 반듯하다. 물론 그는 어디까지나 대중가수였고 < Born This Way >부터 희망찬 앤썸이 다수를 이뤘으니 변질이라 말하기에는 늦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레이디 가가를 여느 팝스타와 다른 존재로 만들었던 아슬아슬한 스릴이 < Mayhem >에 전무하다는 사실이다.

그는 늘 주류와 아웃사이더를 넘나들었다. 비극적 삶을 살아간 여성 예술가를 추대하는 ‘Dance in the dark’, 대놓고 존 F. 케네디를 소환한 ‘Government hooker’, 이슬람 부르카 의상을 에로틱 아우라에 빗댄 ‘Aura’ 같은 도발이 없으니 ‘짜임새 있는 팝’에 그친다. 하물며 가족 이야기를 담은 < Joanne >에도 홀로 재미를 본다는 ‘Dancin’ in circles’가 있었다. 이에 비하면 스스로를 킬러라 칭하는 ‘Killah’나 사랑을 약물에 비유한 ‘Lovedrug’는 참으로 시시하다. 커리어에서 < Chromatica >와 쌍벽으로 몸을 사리는 작품이다.

레이디 가가의 생존 비법은 다층적 면모의 수행이었다. 범상치 않은 패션과 퍼포먼스로 눈길을 끌었으나 빠르게 가수로서의 역량을 입증했고, 일렉트로닉 음악과 교류하면서도 엘튼 존이나 토니 베넷을 비롯한 선배들의 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베테랑의 길을 걷는 사이 정작 그를 아이콘 자리에 놓았던 발칙함은 옅어졌다. 스스로 콘셉트를 자아분열로 소개했으나 실상은 정체성의 선택적 폐기다. 화려함은 여전하고 관록을 얻었으나 광기는 표백한, ‘안전한 거장’의 형상이 아른거린다.

-수록곡-
1. Disease [추천]
2. Abracadabra
3. Garden of Eden
4. Perfect celebrity [추천]
5. Vanish into you [추천]
6. Killah (Feat. Gesaffelstein)
7. Zombieboy [추천]
8. Love drug
9. How bad do u want me
10. Don’t call tonight
11. Shadow of a man [추천]
12. The beast
13. Blade of glass
14. Die with a smile (With Bruno Mars)
한성현(hansh99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