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토 푸엔테(Tito Puente)가 강령한 것 같은 ‘Beyond here lies nothin'(이 너머엔 아무것도 없다네)은 밥 딜런(Bob Dylan)이 33번째로 내놓은 정규 새 앨범 < Together Through Life >(다함께 한평생)에서 처음으로 발표한 싱글이다. 이 곡에서 방랑하는 음유시인은 남서쪽을 중심으로 저기압의 영향을 받은 음악을 들려준다. 노래는 일견 흥겨움을 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늪처럼 음습한 기운을 머금고 있다.
도입부에 오르간 연주를 수반, 자이데코(Zydeco: 프랑스 기원의 댄스곡에 카리브 음악이나 블루스의 요소를 도입한 남부 루이지애나 특유의 대중음악)의 주요편성악기인 아코디언과 찌르듯 통증을 주는 블루지 기타 그리고 진한 트럼펫과 반복적인 리듬으로 장단을 맞추는 드럼 타악의 조화가 자연스레 1940년대와 1950년대를 회고하게 하는 텍스-멕스(Tex-Mex)사운드풍의 악곡. ‘Everything is broken'의 냉소적인 톤과 음침한 ‘Things have changed'를 생각나게 하는 이 곡은 최근 딜런의 음악동향을 가늠해보게 하는 대표곡이 아닌가 싶을 만큼 이채롭다.
딜런은 노랫말을 통해 미국의 꿈과 이상, 현 상황에 대한 냉담에 반한 고투(苦鬪) 고유의 가치를 생생한 초상화를 그려내듯 채색했다. 패배를 인정함과 동시에 현재의 처지를 개의치 말고 ‘저 너머로 가자’는 의지의 표현을 “여기 너머엔 아무것도 없어/오직 달과 별들 뿐/우리 꺼라 부를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끝난 것도 얘기된 것도 아무것도 없지”라는 자성의 소리로 대신한 난국타계의 긍정적 확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