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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and Theft
밥 딜런(Bob Dylan)
2001

by 임진모

2001.10.01

밥 딜런이란 이름이 주는 호기심이나 신선함은 전혀 없다. 1941년생으로 환갑을 넘긴 그의 이름은 너무도 많이 들어서 조금은 지겹다. 그래도 그의 존재가 주는 중량은 여전히 대단하다. 앨범도 나름대로 잘 팔릴뿐더러 역사 속으로 들어갈 기미는커녕 늘 현실의 역사를 새로이 쓴다.

지난 1997년에 낸 앨범 <타임 아웃 오브 마인드>는 대중음악 최고의 영예라는 그래미상의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했으며 이후 영화 <원더 보이스>에서 부른 노래 <많은 게 바뀌었어(Things have changed)>로 올해 오스카 영화주제가상을 받았다. 나이 들어서 되레 더 힘을 쓴다.

10년 전부터 펼쳐오고 있는 그의 순회공연은 '네버 엔딩 투어'가 제목이다. 결코 끝나지 않는 무대라는 것이다. 그 정도 나이와 관록이면 특집 쇼와 같은 이벤트를 해도 충분하겠지만 그는 화려함을 사양하고 대신 기타 한 대 들고 사람을 직접 찾아가는 공연을 선호한다.

팬들은 그를 통해 스타의 기량을 확인하는 게 아니라 지나간 역사를 더듬고 그 과거가 현재 어떤 위치에 있는가를 살핀다. 밥 딜런은 말하자면 과거를 통한 현재의 가늠자인 셈이다. 그가 막 <사랑과 도둑질(Love and Theft)>을 타이틀로 한 새 앨범을 발표했다. 개인적으로 무려 마흔 세 번째 앨범이다.

이번에도 그의 코드는 '지나간 과거'다. 하지만 그의 복고(復古)는 결코 과거의 추억과 낭만을 자극하는 상품용이 아니다. 미국의 흘러간 역사에 드리워진 수수께끼와 신비를 파헤쳐 거기서 새로운 의미를 찾는 작업이다.

이번 앨범이 말해주는 것은 음악의 장르들이 왜 세월이 흐르면서 포크니 컨트리니 블루스니 하는 분류가 생겨났느냐는 것이다. 전문화 아니면 편을 가르면서 그렇게 분기되었을 텐데 그의 입장에서는 다 부질없는 짓이다.

밥 딜런은 신보로서 과거에 모든 음악은 하나로, 미국음악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섞여있었음을 밝힌다. 그 얘기는 지금의 음악은 너무도 갈라져있다는 말이다. 과언하면 음악에서 '과거는 통합, 현재는 분리'라는 구도가 나온다. 그가 과거로 가는 이유가 이것이다. 과거에 빗대어 은근히 현재를 꾸짖는 것이다.

유랑극단 시절의 음악, 남부의 블루스, 전당의 스탠더드 팝 그리고 컨트리와 포크 등 다채로운 스타일의 과거음악이 펼쳐진다. 전문가들이야 그것을 이것저것 구분하겠지만 그냥 들으면 별 차이가 없다. 일례로 그는 델타 블루스의 전설 찰리 패튼에게 바치는 노래 <하이 워터(High water)>를 부르면서 컨트리 악기인 만돌린 반주를 동원한다.

또 하나 밥 딜런은 이 노래들을 부르면서 자유와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그를 권위로 여겨온 사람들이 볼 때 조금은 웃긴다. 스스로도 "난 현재 무게 있는 영역이 아니라 희화화된 영역에 있다"고 말한다. 거기에는 인기몰이와 판매량에 집착하는 치열한 지금과 달리 과거 음악은 순수하고 재미있었다는 뜻이 숨어있다.

곡이 정말 즐겁다. 빠른 템포든 느린 곡이든 <바이 앤 바이> <플로터> <문라이트> 등 수록곡 전반이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든다. 미국의 음악전문지 <롤링스톤>이 최고점인 별 다섯 개를 매길 만도 하다. 늘 드는 생각이지만 미국음악계는 '존경하는 어른'을 가지고있다는 점에서 부럽다.

-수록곡-
1. Tweedle Dee and Tweedle Dum (Dylan)
2. Mississippi (Dylan)
3. Summer Days (Dylan)
4. Bye and Bye (Dylan)
5. Lonesome Day Blues (Dylan) 
6. Floater (Too Much to Ask) (Dylan) 
7. High Water (for Charley Patton) (Dylan) 
8. Moonlight (Dylan) 
9. Honest With Me (Dylan) 
10. Po' Boy (Dylan) 
11. Cry Awhile (Dylan) 
12. Sugar Baby (Dylan) 
임진모(jjinmo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