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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d Of Dynamic Brothers
다이나믹 듀오(Dynamicduo)
2009

by 홍혁의

2009.11.01

한국 힙합의 대들보도 군대는 가야한다. 허나 입대에 대처하는 두 남자의 자세가 제법 멋스럽다. 현역과 면제 기준에 대한 논란 여지를 단칼에 차단하는 모양새도 훌륭하지만, 입대 전까지도 밀리터리 아이콘을 재킷 콘셉트로 활용한 익살맞음이 역시 다이나믹 듀오(Dynamic Duo)답다. 이들의 5집 앨범 재킷에 섞여있는 재치, 풍자. 유머감각, 왠지 모를 씁쓸함, 복고 감각 등은 14개 트랙으로 구성되어 있는 가락에서 체감할 수 있다.

여태까지 다이나믹 듀오를 향한 광대한 추종자들을 결집시켰던 핵심요인은 최자와 개코의 시각 그대로 써내려온 가사가 청취자의 감성과 일치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이들의 화법은 자조적이고 냉소적인 방법으로 우회한 루저의 입이라기보다, 술 한 잔 걸치고 친구에게 털어놓는 넋두리에 가깝다. 힙합의 가능성을 꾸준히 증명해왔고, 언제나 최전성기를 구가해온 다이나믹 듀오이기에 생채기 난 20대 감성을 토닥거리는 노랫말은 기이하게 아이러니하다.

'잔돈은 됐어요'와 '돈이 다가 아니야'에서 실현되는 지극히 현실적인 가사는 동시대를 힘겹게 짊어지고 가는 20대 청춘에게 서글픈 동질감을 부여하는 동시에, 일말의 휴머니즘적 요소를 남겨두며 두 손을 내민다. '끝'에서도 비록 낭떠러지로 추락할지라도, 위태롭게 남은 불씨 하나로 생의 의지를 다짐한다. 많지 않은 나이임에도 진지한 자기 성찰적 면모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세상의 모든 모순에 대하여 홀로 번민하는 심각한 자세 일면도로 그치지는 않는다. 앨범의 중반부로 진입하게 되면서 청취자의 귀를 호객하는 클럽 친 성향의 곡들이 줄줄이 포진되어있다. 육중하게 약동하는 드럼 비트와 귀를 먹먹히 채우는 신시사이저 사운드가 '불꽃놀이'와 '사우나'에서 연달아 폭발한다.

출입문을 들어서자 폐부를 타고 들어가는 불같은 데킬라와 클럽 안의 열기로 끈적거리는 땀 냄새가 화답한다. 비록 어두운 조명아래지만 이미 레이더망을 가동시키고 상대를 탐색하는 남녀 간의 신경전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퉁 되는 brothers'는 목요일 밤 홍대 클럽 골목에서 쉽게 포착할 수 있는 작업 현장을 매우 실감나게 스케치한다. 내세울 것 없지만 치밀한 언변과 전략으로 승부하려는 몸부림은 차라리 인간적이다.

전반적으로 < Band of Dynamic Brothers >는 소시민의 희로애락이 다양하게 펼쳐지는 서울의 밤거리를 응집하고 있다. 찬란한 섬광이 대낮처럼 비추는 환락의 장소와, 족쇄에 묶인 채 발걸음을 옮기는 쓸쓸한 뒷골목이 공존하는 곳이 바로 서울이다. 이들은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세태 담론을, 늘 그랬듯 유쾌한 화법으로 영리하게 변환했다. 아무쪼록 재충전 아닌 재충전 기간 동안 건투를 빈다.

-수록곡-
1. 그림에 떡(Dynamic sinsa rangers)
2. 돈이다가 아니야(Get money) Feat. 강산에
3. 두꺼비집(One more drink) Feat. 0cd
4. 잔돈은 됐어요(Keep the change) Feat. Garie of Leessang, Bumky of Komplex [추천]
5. 죽일 놈(Guilty) [추천]
6. 왜 벌써가(Be my brownie) Feat. Bumky of Komplex
7. Biggestmagicalvision
8. 불꽃놀이(Fireworks)
9. 사우나(Sauna) Feat. E-sens of Supreme team
10. 월광증(Moonstruck) Feat. Simon D of Supreme team
11. 퉁 되는 brothers(The toong bros) Feat. Topbob of Komplex [추천]
12. Ugly
13. 끝(Apoptosis)
14. 청춘(Spring time) Feat. 김C
홍혁의(hyukeui1@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