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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 Duty
다이나믹 듀오(Dynamicduo)
2019

by 손기호

2020.01.01

고등학교 시절 활동했던 K.O.D부터 CB MASS를 거쳐 2004년 1집 < Taxi Driver >로 데뷔한 후 지금까지 다이나믹 듀오는 매 순간이 도전이었다. 시대에 남을 앨범 1집과 2집을 연달아낼 때 예상했지만 그들의 운명은 흘러간 자신을 항상 등에 지게 했고 그것보다 뛰어난 작품을 만들어내야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아쉬웠다. 새로워야 한다는 강박에서 개코는 절치부심했지만 한계가 있었고 최자는 ‘퇴물’이란 오명 아래 뒤처진 래퍼로 인식됐다. 모든 것이 부담으로 다가올 때, 그들의 선택은 의무에서 벗어나 그림자처럼 따라다닌 과거로의 회귀였다. 제목 그대로 < Off Duty >다.

수록곡 ‘2040’은 자유를 찾은 그들의 울부짖음이다. 역사가 짧은 한국 힙합에서 ‘고참’이란 표현이 어울릴 이들이 앞으로 이십 년은 더 이끌겠다는 선전포고이다. 후렴을 책임진 면도의 가사 속 와인을 뜻하는 Vino란 단어처럼 오늘보다 내일이 기대되는 그들의 모습을 보증한다. ‘Career high’는 지난날을 뒤로하고 새로운 음악적 형식보단 ‘우리’가 내딛는 행적 자체가 최고점이 될 것이란 자신감을 표명한다.

서태지의 ‘Come back home’이 흘러나오는 ‘Livin' the life’는 앨범의 의미를 관통하며 노토리어스 B.I.G의 ‘Gimme the loot’의 후렴을 오마주하며 1990년대 유행했던 힙합 형식인 붐뱁을 재현한다. 개코는 드렁큰 타이거의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속 유명 가사를 개사해 한국 힙합의 전설에게 존중을 표하고, 버벌진트의 가사 ‘뛰뛰빵빵 비켜 빨랑’까지 끌어오며 오랜 시간 힙합을 들어온 팬의 귀를 즐겁게 한다. ‘내일 걱정을 굳이 오늘 왜 해 굳이’ 누구보다 어제에 빗대어 다음 날을 걱정했던 본인들에게 하는 말이다. 그들의 음악은 현재 진행형이다.

유쾌하게 세상을 비꼬며 친숙한 소재로 그들의 시선을 말하던 동네 형은 나이를 먹었지만 순수를 잊지 않았다. < Off Duty >가 그들에게 주어진 것들에게서 완전히 벗어나게 만들지는 못했지만 방향성을 되찾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누가 뭐래도 다이나믹 듀오는 한국 최고의 랩 듀오다.

- 수록곡 -
1. 2040 (Feat. myunDo) [추천]
2. Desperado
3. Career High (Feat. Paloalto, nafla, Chancellor) [추천]
4. Blue (Feat. Crush, SOLE)
5. Return (Feat. THAMA)
6. 살육의 잔치 (Feat. 유병재 a.k.a 벨제붑더킬러)
7. Livin' the life (우정출연 버벌진트) [추천]
8. 언제와
9. 맵고짜고단거 (Feat. 페노메코)
10. 좋은 친구들 (Feat. 스윙스) [추천]
11. 북향 (Feat. 오혁)
12. 그걸로 됐어
손기호(gogokih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