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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
루시드폴(Lucid Fall)
2009

by 옥은실

2009.12.01

"가난한 그대 날 골라줘서 고마워요"

"수고 했어요. 오늘 이 하루도"


루시드 폴의 음악은 추운 겨울 우리들의 마음을 살포시 보듬는다. 어물전에 누워 있는 고등어의 시선으로 노래하는 그의 목소리는 나직하고 포근하다. 그 안에는 그러나 우리 시대의 우울한 자화상이 투영돼 있다. 루시드 폴은 자신의 음악으로 우울한 이면을 어루만지고자 한다.


이는 전작 < 국경의 밤 >의 타이틀이었던 '사람이었네' 에서도 같았다. 흔히 마시는 커피로부터 그는 아프리카의 광활한 대지로까지의 여행을 이어가며,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소외감를 노래한다. 커피, 고등어 등 소소한 일상의 소재로부터 더 많은 곳까지, 그의 사물을 대하는 보살핌의 시선은 확실히 세밀하고 섬세하다.


세상을 바라보는 음악적 시선은 차분한 피아노를 중심으로, 관현악편곡 그리고 어쿠스틱 기타의 조화로움이 편안하다. 금관악기에 의한 재즈적인 향취는 아늑함을 더한다. 인위적 악기의 편성보다는 꼭 필요한 만큼의 악기로 여백의 미를 살린 사운드다. 화려한 장식이 달린 음악이 아니어서 그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거슬림없이 더 잘 들린다.


촉망 받는 과학자, 소위 엄친아의 부류에 속했던 그가 돌연 전업 음악인으로의 길을 선택한 후의 첫 앨범이다. 온전한 음악인으로서 그의 처녀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변화를 가미한 새로운 모습을 보일 법도 하지만, 전작에서의 자신의 색깔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루시드 폴, 그답다. 묵묵히 한 걸음을 떼며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모습이다. 그 길에 놓인 '고등어'는 한 번쯤은 귀 기울여 듣고 안식을 취할 수 있어 좋은 노래다.

옥은실(lamet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