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색은 차갑다.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4월. 그날의 색도 파랑이었다. 4집 < 레 미제라블 (Les miserables) >(2010) 이후에도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음악가는 시선을 거둘 수 없었다. 4월에 대한 관심. 모든 건 거기서부터 시작됐다.
실물 음반에는 그가 새로 쓴 단편 소설 < 푸른 연꽃 >이 담겨 있다. 60쪽이 조금 넘어가는 분량이다. 가사 이상으로 긴 문장들을 수록해 언뜻 곡에 대한 부연설명의 역할을 기대하게 하지만, 이 글의 존재 목적은 듣는 이들의 이해를 돕기 위함이 아니다. 책과 노래의 결합에 있어 둘의 무게는 동등하다. 등장인물 '마노'와 창작자 루시드 폴은 '죽음'이라는 하나의 공통된 키워드를 품고 같은 속도로 달려간다. 예술은 현실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캐릭터 '사모'가 싱어송라이터 이진아의 목소리를 빌려 부르는 '별은 반짝임으로 말하죠'. 이 곡의 가사는 “우리 이제 어디로 가는지 / 물어보지 말아요”, “돌아갈 시간”과 같은 구절을 통해 궁극적으로 생과 사의 경계를 나눈다. 귀여운 목소리 너머 어딘가 서늘하다. '명왕성'도 마찬가지. 중심이 되는 조성이 드러나지 않게 다양한 방식으로 쓰이는 변화 화음과 이리저리 맴도는 멜로디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치이는 운명을 상징한다. 기억에서 잊히는 것은 곧 존재의 소멸. 이 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피해자들이 '지겨움'이란 호칭을 얻고 있는가.
돌림노래 형식을 취하고 있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조금 다르다. 재지한 피아노와 적극적으로 백킹 하는 기타, 드럼이 동요 같은 선율을 만났다. 목소리도 기교 없이 건조하다. 뒤섞이는 반복은 '희한한 방식으로' 화려하다. 아이들의 난장은 순수해서 더 어렵다. 친절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중에게 가장 익숙한 모양을 띠고 있는 '아직, 있다.'가 타이틀곡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근본적인 작법의 변화는 크지 않다. 잔잔한 피아노 솔로 연주곡부터 보사노바 리듬을 빌린 풀 밴드 세션까지 편곡의 방향은 꽤 다채롭지만, 지난 여섯 번의 정규 앨범과 비슷한 카테고리 안에 자리한다. 다만 결핍을 풀어내는 말투가 새롭다. 현재 진행형의 추모와 위로. 푸른색은 따뜻하다.
-수록곡-
1. 집까지 무사히
2. 4월의 춤
3. 명왕성
4. 아직, 있다.
5. 봄, 여름, 가을, 겨울
6. 그럴 거예요
7. 우리, 날이 저물 때
8. 구름으로 가자
9. 지금 다가오고 있어
10. 스며들었네
11. 별은 반짝임으로 말하죠
12. 약속할게
13. 종이새
14. 천사의 노래
15. 누군가를 위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