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보기가 힘겹다. 죽어가는 자연 위에서 전쟁은 끊이질 않고 ‘혐오의 시대’라는 말이 지겨울 정도로 상호 폭언이 만연하다. 막대한 무력감에 체념이라는 손쉬운 해결책을 찾고 싶은 세상, 그래도 누군가는 투쟁을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루시드폴은 음악을 만든다. 곳곳의 소리를 모아 막막한 어둠을 이겨내자 말하는 < 또 다른 곳 >에는 세심한 이만이 감내할 수 있는 숭고함이 담겨있다.
루시드폴은 세상의 온갖 비극을 보며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한 것이 앨범의 출발점이라 밝혔다. 그의 설명처럼 이번 음반의 시야는 굉장히 넓다. 복잡한 기타 연주에 동양적 선율을 얹은 ‘피에타’에는 생태 위기에 대한 좌절과 분노가 깃들어 있고, ‘늙은 올리브나무의 노래’는 아티스트 스스로 소개하듯 팔레스타인 분쟁이 그 소재다. 그는 시인으로서 어떠한 행동을 독려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저 문학적인 은유와 오싹한 목소리로 고통의 현장과 우리의 대면을 주선할 뿐이다.
4집에 수록한 혁명가 ‘레미제라블’이 16년 후에도 이어지는 참혹한 현실, 그러나 희망은 죽지 않고 존재한다. ‘등대지기’처럼 길 잃은 자들을 위한 북극성이 가리키는 끝에는 아직 기다릴 봄이 남아있는 것이다. 앨범의 첫인상을 형성하는 것은 신비로우면서도 차가운 긴장감이지만 결국 타이틀곡이 정겨운 포크 ‘꽃이 된 사람’인 것도 이 때문일 테다. 또 다른 곳을 바라보는 일은 공간적인 회피나 외면이 아니라 시간적 차원에서의 인내다.
아르헨티나, 포르투갈, 그리고 일본까지. 세계 각지의 음악과 언어, 예술을 받아들인 음반은 초월적인 동시에 종종 등장하는 핑거스타일 기타 연주처럼 사람의 손길과 내음이 묻어 있다. 아득히 멀게 느껴지면서도 살결에 닿아 마음을 후벼 파는 음반. 위로나 치유 같은 말이 이미 식상해진 지도 오래지만 루시드폴 같은 아티스트라면 그 진정성은 아직 유효하다.
-수록곡-
1. 피에타 [추천]
2. 마음
3. 늙은 올리브나무의 노래 [추천]
4. 등대지기
5. Água
6. 수선화
7. 레미제라블 part 3
8. 꽃이 된 사람 [추천]
9. 춘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