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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미제라블 (Les miserables)
루시드폴(Lucid Fall)
2010

by 옥은실

2010.03.01

루시드 폴의 음악은 솟아오르진 않지만 최소한의 힘을 지속시키면서 고음을 요구하지 않고도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고 동시에 듣는 사람에게 편안함을 선사하는 오묘한 매력을 갖고 있다. 음악가로서 고집스럽게 스스로의 틀을 지키는 그러나 대중의 귀를 거스르지 않는 음악, 낮고 작은 보이스의 결점을 보완하면서 더 많은 대중들이 음악에 보다 수월하고 편하게 밀착하게 한다.

일렉트로닉 음악이 만연하는 요즘세태, 자연스런 울림이 있는 어쿠스틱 음악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주목 받을만하다. 하지만 그의 음악이 사랑 받는 이유는 그 안에 담긴 상처를 어루만지는 치유와 보살핌의 따듯한 시선 있기 때문이다.

그가 2009년 말에 앨범을 발표하면서 <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 >을 준비하게 된 것은 "빅토르 위고(Victor Marie Hugo)의 동명 소설에 나오는 수 많은 사람들(주로 불행하게 살고 죽어간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지금 현재 우리의 모습을 비춰보고 싶었고,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사람들의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하나하나 써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3집 < 국경의 밤 >에 수록된 '사람이었네'에서도 늘 동시대를 노래했다. 먼 곳을 바라보는 미래를, 지난 것을 회상하는 과거가 아닌 지금을 말하고자 하는 그이기 때문에 우리들의 마음에 더 쉽게 공감을 접속한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앞서 비슷한 관점을 유지하고자 했던 다른 가수들과는 다르다. 그들이 가졌던 공격적이고 비난 섞인 가사 또는 음악 스타일과는 거리를 둔다. 어쩌면 선배 가수들과의 대척점에서 자기방식을 통해 사회를 그려낸다. 그가 본 세상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며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에 대해 낱낱이 고하는 작가관찰자시점을 유지한다. 자칫 소극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럼으로써 그 대상인 우리 또는 그들이 세상에서 완전히 분리되어 소외당하지 않고 있음을 일깨워 다시 한 번 힘을 낼 기회를 제공한다.

루시드 폴의 음악 스타일은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과 매우 흡사하다.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그러나 그 안에 진심어린 울림을 담고자 하는 어쿠스틱 사운드를 주로 사용한다. 기타와 콘트라베이스, 현악4중주 그리고 야트막한 목소리. 한 곡 한 곡을 이어갈 때마다 과하지 않게 그러나 힘 있는 사운드가 이어진다.

'걸어가자'는 마지막 끝을 짧게 끊어 치는 기타와 드럼으로 길을 뒤로 밀어내며 꼭꼭 밟아 걸어가는 굳은 발걸음을 표현한다. 어려운 현실에 부딪혀 나약해진 나를 앞으로 데려가는 결연함을 강조하고 있다. 뒤이어 오는 '레 미제라블 part 1'과 타이틀 '고등어'에서는 현악과 금관악기 등의 클래식 악기를 유연하게 결합해 할 말을 한다. 현악의 날카롭고 찌르는 사운드로 음악에 악센트를 부여하고 금관악의 몽롱한 사운드로 다시 잠재우는 악기 본연의 색채를 자연스럽게 음악에 잘 용해시켰다.

< 레 미제라블 >은 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주변에 무감각해진 분위기를 환기하고자 하는, 참여 관찰이 동행하고 있는 '현실 기록 앨범'이다. 그의 역량이 얼마나 풍부하고 다양한지 가늠할 수 있을 만큼의 음악적인 면모가 드러난 앨범은 아니지만 서로의 삶에 애정 어린 시선을 가지고 소외를 치유하며 부대끼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필요하고 중요한가를 말해주는 따듯한 음악이다.

-수록곡-
1. 평범한 사람
2. 걸어가자 [추천]
3. 레미제라블 Part 1 [추천]
4. 레미제라블 Part 2
5. 벼꽃
6. 고등어 [추천]
7. 그대 슬픔이 보일 때면
8. 외톨이
9. 그대는 나지막이
10. 알고 있어요
11. 문수의 비밀 [추천]
12. 유리정원
13. 봄눈 [추천]

Composed & written by 조윤석
Produced by 조윤석, 정수욱
옥은실(lamet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