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캐닝 세대(Scanning Generation)라는 신조어가 있다. 말 그대로 어떤 행동을 할 경우 앞으로 일어날 결과를 생각하지 않은 채, 전후 맥락을 훑듯이(스캐닝) 간과하는 젊은 세대를 뜻하는 말이다.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가 이에 어울리지 않을까. 뮤직비디오부터 괴상하다. 'Yonkers'에서는 손 등을 올라탄 바퀴벌레를 삼킨 뒤 구토를 하고, 스스로 목을 매어 자살하며 피날레를 장식한다. 그의 곡은 아니지만 같은 크루의 얼 스웨트셔트(Earl Sweatshirt)의 'Earl'에서는 정체불명의 환각제를 직접 제조하고 섭취한 뒤 발작을 일으키는 장면을 여과 없이 담았다.(걱정 안 해도 된다. 두 뮤직비디오 모두 연출된 상황이다.)
영상이 가진 충격만큼이나 파급력은 대단했다. 유튜브의 동영상 조회 수는 천만 건을 돌파했고,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는 공개적으로 'Yonkers'를 2011년 최고의 뮤직비디오라 극찬했다. 영국 음악잡지 NME는 그를 표지 모델로 내세웠고, 급기야는 빌보드 앨범 차트 5위까지 올랐다. 이 정도로 격렬한 반응을 받을 것이라고는 당사자도 미처 짐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음악은 영상 못지않게 살벌함의 극치를 달린다. 지속저음을 기초로 불협화음을 자아내며 음산한 기운을 뿜어낸다.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왜곡하여 괴기스러운 맹수를 연상케 한다. 서양 전설 속 괴수 중의 하나인 고블린이 그대로 앨범 명으로 채택되었다. 하지만 앨범 속에는 더 잔인한 살인마의 난도질이 각 트랙마다 즐비하다.
모든 걸 부정한다. 학교도, 종교도, 세상의 일반적인 도덕률을 송두리째 부정한다. 부정이라기보다는 도피라는 단어가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여성에 대한 태도도 비정상에 가깝다. 자신이 연모하는 여성을 마음속으로만 가둬놓는 'Her'의 모습이 있는가 하면, 'Transylvania'에서는 어느 샌가 드라큘라 백작이 되어서 여성을 자기 아랫도리 밑으로 가두는 마초주의로 도배한다. 이쯤 되면 사회부적응자의 일기라 볼 만하다.
잔잔하던 힙합 신에 충격을 던졌으니 어깨가 올라갈 만하다. 대중이 자신의 음악을 호러코어로 정의하는 데에 불만을 가졌는지, 그 안에 숨어있는 행간의 의미를 파악하라고 윽박지른다. 과연 그토록 심오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프로이트 정신분석학 개론에서 인용한 수준 이상의 모티브는 찾기 힘들다. 이드(id)라고 압축할 수 있는 고블린의 심리를 과격하게 설정해서 눈길을 끌 수는 있지만, 랩의 탄탄한 짜임새나 비트의 구성은 충격적 이미지보다 뒤처져있다.
사실 잔인하고 역겨운 이미지 충격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굳이 뒤져보지 않아도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과 마릴린 맨슨(Marilyn Manson) 등의 강경 록 아티스트가 이쪽 분야에서는 선구자이자 전문가다. 아마도 영미권이 주목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를 비롯해서 그가 속한 크루인 오드 퓨처(Odd Future, OFWGKTA)의 구성원들이 주로 90년대 이후 출생자라는 사실일 것이다. 어느 정도 앙팡 테리블(Enfant terrible)의 출현을 긍정적으로 반기는 대중문화의 속성에 덕을 본 측면도 없지 않다. 과연 이들은 영리한 천재들의 집단인가, 아니면 슈프림 브랜드를 즐겨 입는 중2병 환자들의 집합인가.
-수록곡-
1. Goblin
2. Yonkers [추천]
3. Radicals
4. She (feat. Frank Ocean)
5. Transylvania
6. Nightmare
7. Tron cat
8. Her
9. Sandwitches (feat. Hodgy Beats) [추천]
10. Fish / Boppin' Bitch
11. Analog (feat. Hodgy Beats)
12. Bitch suck dick (featuring Jasper Dolphin & Taco)
13. Window (feat. Domo Genesis, Frank Ocean, Hodgy Beats & Mike G)
14. AU79 (instrumental) 3:40
15. Gold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