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라는 캐비닛을 꺼내 서류철을 정리해보자. ‘Lumberjack’은 어디에 넣어도 어울리고, 동시에 어디에도 어울리지 않는 문서와도 같다. 사운드 질료와 양감을 예술적으로 풀어낸 < Flower Boy >나 < Igor >의 감각적 행보에 비하면 거칠고 즉흥적인 영감에 가깝다. 허나 조악한 비트와 기이한 가사가 마구 소용돌이치던 < Bastard >나 < Goblin > 시절에 대입하기에는 그 양상이나 진행법은 정돈된 편에 속한다. 벌 떼가 윙윙대는 듯한 소리와 스크래치가 뒤범벅된 < Cherry Bomb > 식의 위태로운 비트가 등장하지만, 그 속에는 < Wolf >에서나 나올 법한 일정량의 브라가도시오와 무작위의 비유법, 그리고 읊조리듯 깔리는 저음의 래핑이 자리한다. 여러 작품의 도안과 절충안이 산재하는 현장인 셈이다.
물론 요소를 떠나 곡 자체의 구성만 두고 본다면 그리 파격적인 것은 아니다. 성공을 자축하는 훅 ‘Rolls-Royce pull up / Black boy hop out ~’은 간단하고도 캐치한 라임의 나열로 눈길을 끌어내지만, 비슷한 포맷에서도 멜로디 교차와 은은한 변주로 중독성을 획득한 ‘Okra’의 선례와는 다르게 집중을 놓치기 쉬운 일률적인 진행이 이후에도 그대로 방치되기 때문. 심지어 중간중간 과하게 개입하며 본인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디제이 드라마의 존재는 일견 부담스럽다. 여러모로 크게 신경을 쓴 공표물이라기보다, 편한 마음으로 가볍게 제출한 스케치 정도로 다가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완성도를 떠나 꾸준한 지지를 받을 곡이라는 예감이 어렴풋이 든다. 무엇보다 또 한 번 기존에 없던 조합을 명명처럼 ‘크리에이팅’하며 생경한 감상을 성공적으로 선사했다는 점. 최근 유튜브의 ‘쇼츠’나 인스타그램의 ‘릴스’와도 같이, ‘Lumberjack’은 반대로 청자에게 그저 곁을 스치듯 지나가되 모호한 상상의 나래만을 남기며 나머지 공간을 스스로 채우도록 유도한다. 그것도 후속작에 대한 기대를 끌어낼 맛보기로 더할 나위 없이 구미가 당기도록.